지난해 태어난 아이가 24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연간 출생아 수가 25만 명 밑으로 떨어진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합계출산율도 0.8명대가 무너진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출생아는 줄어들고 사망자는 늘어남에 따라 인구는 3년째 감소해 통계청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예상한 ‘2031년 인구 5000만 명 선 붕괴’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출산 문제가 백약이 무효인 상태로 치닫는 가운데 반등의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주목받는 세대가 2차 에코세대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출생)라는 사회현상이 수십 년 후 2세들의 출산 붐으로 메아리(echo)처럼 돌아왔다는 뜻에서 이름 지어진 세대다. 1980년대 한 해 60만 명 남짓이던 출생아 수는 에코세대 출생 시기인 1991∼1995년에는 70만 명대로 늘었다. 이들 에코세대가 결혼 적령기인 30대로 진입해 새로운 에코세대를 낳을 경우 7년째 내리막길만 달려온 출산율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출산율이 내년에 0.7명까지 떨어졌다가 에코세대의 결혼과 출산에 힘입어 2030년이면 0.96명, 2046년 이후엔 1.21명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기금이 2055년 바닥난다는 정부의 재정추계 잠정치도 에코세대의 출산 붐으로 후년부터는 출산율이 반등한다는 전제하에 나온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에코세대가 기대만큼 아이를 낳지 않으면 기금 고갈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저출산이 연금 재정만 거덜내겠나. 인구 감소는 노동력 부족과 소비 감소, 이에 따른 기업의 생산 위축과 국가재정 악화로 이어진다. 인구 재앙을 막을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결혼 적령인구가 늘어난다고 출산율이 자동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져 출산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에코세대를 위한 맞춤형 대책을 내놔야 한다. 지난해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1명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세종시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쾌적한 주거환경, 아이 키우기 좋은 직장 문화가 정착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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