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非노조도 보조금… ‘깜깜이’ 개선하되 ‘줄 세우기’ 시비 없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4일 00시 00분


23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시민사회·종교단체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건설노조에 대한 정부의 탄압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23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시민사회·종교단체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건설노조에 대한 정부의 탄압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고용노동부는 취약 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해 노동조합만 받을 수 있었던 국고 보조금을 올해부터 비정규직이나 플랫폼 노동자 등 비(非)노조 근로자 단체와 MZ노조 같은 새로운 노동단체에도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는 총 44억 원의 보조금 가운데 절반을 신규 단체에 배정할 계획이다. 또 회계장부 제출을 거부하는 등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단체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부정 수급이 확인되면 보조금을 환수하기로 했다.

정부의 노동단체 지원사업 개편안은 한국노총과 민노총이 조합비와는 별도로 국고 보조금까지 대거 지원받고 있으나 사용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난 여론 속에 나온 것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양대 노총이 2018년부터 5년간 중앙정부와 17개 시도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약 1521억 원이다. 전국 228개 기초단체의 지원금은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고용부가 이달 1∼15일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인 노조 327곳에 회계자료를 요청한 결과 정부 기준에 맞게 제출한 곳은 120곳(36.7%)뿐이었다.

양대 노총은 국고 보조금 사용 내역은 이미 지원 기관에 보고하고 있으며, 조합비로 운영되는 일반회계 자료는 정부에 제출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노동조합법이 노조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보존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고, 조합비도 세액 공제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정부가 조합비 사용 실태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기업에는 투명한 회계를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회계 자료 공개를 꺼리는 것은 이중 잣대다. 정부의 요구와 관계없이 노조 스스로 회계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이번 신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 근로자 가운데 노조 가입 비율이 14.2%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 지원을 비노조 근로자에게까지 확대한 것은 맞는 방향이다.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노동 단체가 4400개, 비영리법인이 1130개나 된다. 정부가 지원을 명분으로 노동계를 길들이거나 줄 세우려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평가하는 과정 또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보조금#깜깜이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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