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설악산 오색케이블카 41년 논란 끝에 설치된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7일 21시 30분


설악산은 5겹 울타리로 보호받는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천연보호구역이자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이다. 1982∼2005년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런 5겹 규제를 뚫고 인공 시설을 설치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오색케이블카 논쟁을 40년 넘게 끌어온 이유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어제 강원 양양군의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오색리와 대청봉 왼쪽 봉우리인 끝청 하단 사이 3.3㎞ 구간에 1000억 원을 들여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마지막 관문인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 등을 통과하면 연내 착공해 2026년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1970년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직전에 사업 허가가 난 설악동 케이블카(권금성까지 1.1㎞ 구간)에 이은 두 번째 설악산 케이블카다.

▷외설악에 설악동 케이블카를 설치한 후 관광객이 몰려들자 강원도는 1982년 내설악 쪽에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다. 하지만 문화재위원회는 “자연경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두 차례 불허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후엔 양양군이 사업 주체가 돼 재시동을 걸었다. 설악산을 끼고 있는 군은 양양 속초 고성 인제 4개 군인데, 강원도의 중재 끝에 경제 사정이 어려운 양양군을 사업 주체로 밀었다는 후문이다.

▷강원도는 오색케이블카로 연간 120억 원 이상의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 노인과 장애인도 설악산 경관을 즐길 수 있고, 탐방객들의 등산로 훼손을 막아 생태계 보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반대쪽에선 케이블카 소음으로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상부 정류장에서 대청봉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도 결국 뚫리게 돼 대청봉이 권금성처럼 훼손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격렬한 찬반 논쟁과 수십 차례 행정 처분을 거치며 승인과 불허를 반복했던 사업이 이제 사실상 막바지까지 왔다.

▷강원도는 숙원을 이뤘다고 환호하지만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지난 41년간 상부 정류장 위치는 중청→ 대청봉→ 끝청으로 바뀌어 왔는데 끝청에선 대청봉에 막혀 바다가 거의 안 보인다. 케이블카 설치 후에도 관광객이 기대만큼 오지 않으면 ‘전망의 한계’를 탓하며 대청봉 길을 열어 달라 할 가능성이 높다. 오색케이블카는 1989년 덕유산 케이블카 허가 이후 30여 년 만에 설치되는 국립공원 케이블카다. 지리산 북한산 속리산 등 다른 국립공원 지역들이 설악산만 보고 있다. 조건부 허가인 만큼 설악산 생태 보호를 위한 방안들을 끝까지 챙겨야 한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41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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