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질문의 힘’[2030세상/김소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8일 03시 00분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챗GPT에게 미국에서 판매할 아이크림 소개 문구를 써달라고 해봤어. 잘 쓰더라.”

전 회사 선배와 저녁을 먹다가 나온 이야기다. 선배는 화장품 회사 마케터다. 제품 소개 문구 작성 업무가 잦다. 선배는 챗GPT의 작문 능력에 만족했다. 이 소감은 한 달 전에 들었지만 챗GPT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챗GPT의 기술적인 성취가 얼마나 대단한지 당장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챗GPT가 사용하기 쉽다는 점은 말할 수 있다. 난이도 면에서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일상화됐으나 보통 사람들이 인공지능에게 할 수 있는 요청은 ‘음악 틀어줘’ 수준이었다. 챗GPT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언어로도 다소 복잡한 요청을 할 수 있다.

“쿼리를 수정시켜 봤는데 성공했어요.” 얼마 전 회사 동료 A는 챗GPT 이야기를 하며 아주 기뻐했다. 내가 일하는 정보기술(IT) 회사에서는 특정 데이터를 볼 때 코드로 구성된 명령문인 ‘쿼리(query)’를 쓴다. 비(非)개발자들은 새 쿼리가 필요할 때 개발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개발자는 늘 바쁘니 그들에게 업무를 요청하기 망설여진다. 챗GPT는 다르다. 인공지능이니 아무리 요청해도 미안하지 않다. A의 기쁨도 이해가 갔다.

챗GPT의 능력을 본 회사 사람들은 곧 챗GPT에 푹 빠졌다. 이번 여름휴가 계획 추천부터 회식을 피하는 방법까지 물어봤다. 어느 날에는 점심 먹을 곳을 질문했다. 챗GPT는 “물론이지요”라며 흔쾌히 회사 근처 식당을 추천해줬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식당 이름과 주소가 모두 그럴듯한 가짜였다.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해 발생한 오류라고 했다. 질문을 한 동료 B는 거짓말하지 말라며 인공지능을 다그쳤다. 원하는 답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챗GPT는 세상을 바꿀까? 아니면 인공지능의 황당한 대답들만 온라인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남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세상을 바꿀 듯 나타났다가 곧 사라진 서비스나 기술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다만 챗GPT의 유행을 지켜보며 질문의 중요성을 더 깨닫게 되었다. 좋은 질문을 하려면 답하는 쪽의 능력과 한계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유용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인공지능도 지능이니 마찬가지다.

누적된 데이터의 양과 질을 생각하면 챗GPT는 영어에 강할 것이고, 답이 정해진 질문에 강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챗GPT에게 정치적 문제의 해결 방법을 묻는다. 다른 누군가는 챗GPT를 구글 오피스에 연동시키고 정중한 어조의 영어 e메일을 써줄 수 있는지 묻는다. 현재의 인공지능이 어떤 질문에 더 잘 답할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은 언제나 귀한 능력이다. 새로운 기술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질문 능력은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인간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지, 아니면 인공지능으로 능력을 확장할지는 어떤 질문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이 원고를 쓰며 혹시나 싶어 챗GPT에게 좋은 질문이 무엇인지 물었다. 쓸모없는 답변이 나왔다. 그다지 좋은 질문은 아니었나 보다.

#ai시대#질문의 힘#2030세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