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딸이 아주 어렸을 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외국에 입양되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지만 그런 일이 누군가에게는 현실이다. 마야 리 링그바드의 ‘그 여자는 화가 난다’는 그러한 딸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덴마크인 부모에게 입양된 링그바드는 시인이 되어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그 여자는 화가 난다’라는 특이한 제목의 책으로 펴냈다. 그는 이렇게 시작한다. “여자는 자신이 수입품이었기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자신이 수출품이었기에 화가 난다. 여자는 어린이를 입양 보내는 국가는 물론 입양기관도 국가간 입양을 통해 돈벌이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아이가 상품으로 취급되는 현실에 분노하는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화가 난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천오백 번이 넘게.
그는 때로는 격하고 때로는 정제된 어조로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는 “자식을 입양시키는 것은 자식을 납치당한 것에 비교할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며 아직도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는 한국의 현실에 분노한다. 특히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대부분 입양되는 현실에 분노한다. 자신을 입양시킨 부모한테도 화가 나지만, 아이를 떠나보내고 가슴에 피멍이 들었을 어머니가 심리치료를 받을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에도 화가 난다. 또한 “가슴속에 쌓인 울분”을 “거의 죽음 직전에 이른 후에야 치유하기로 결심한” 자신에게도 화가 난다. 결국 그의 글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것이다.
김혜순 시인은 그가 쏟아내는 분노와 절망과 원망의 소리를 “세이렌의 음성처럼 뱃전에 몸을 묶고 들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제안한다. 전쟁에서 돌아오던 오디세우스가 밧줄로 몸을 묶고 세이렌의 노래를 들었던 것처럼 진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제안이다. 우리가 낳았지만 키우지 못하고 입양 보낸, 아니 팔아버린 우리의 딸이 겪었을 상처와 고통을 외면하지 말자는 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