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연금자문위 빈손 마무리… 이젠 정부가 발 벗고 나서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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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원본부. 2023.1.31 뉴스1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원본부. 2023.1.31 뉴스1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의뢰로 연금개혁 초안을 마련하던 민간자문위원회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개혁방안은 없이, 그간 논의해온 내용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보고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문위는 어제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안에 보고서를 국회에 내는 걸로 3개월 반의 활동을 접기로 했다.

자문위는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통일된 의견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연금개혁의 최대 현안인 ‘얼마나 낼지’, ‘얼마나 받을지’가 담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합치되지 않았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그보다는 여야가 참여한 국회 연금특위가 지난달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구조개혁이 먼저”라며 보험료율 조정 등 ‘모수(母數)개혁’을 정부로 떠넘기고, 4월까지 개혁 초안을 내놓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한 영향이 크다.

지난달 초만 해도 자문위 전문가들은 1999년부터 동결해온 9%의 보험료율을 12∼15%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연금 수급 개시연령인 63∼65세 직전까지 보험료 납입기간을 연장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소득대체율을 40%로 그대로 둘 것인지, 50%로 높일 것인지에 대해서만 의견이 엇갈렸다. 정부보다 먼저 개혁안을 내놓는 국회가 연금개혁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여야가 보험료율 인상에 비우호적인 여론을 의식해 발을 빼면서 개혁 동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사실과 통계에 근거해 객관적인 개혁안을 제시해야 할 전문가 그룹조차 단일 개혁안 마련에 실패하면서 연금개혁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금개혁은 지연될수록 미래 세대가 져야 할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지난 5년간 개혁이 멈춰 선 탓에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이미 2055년으로 2년이나 앞당겨진 상태다. 반면 지금이라도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면 고갈 시점을 15년 정도 늦출 수 있다.

정부는 국회의 움직임에 관계없이 국민연금 종합운용계획을 10월까지 제출하는 등 예정된 일정대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연금개혁 완성판’을 내놓겠다고 공언하는 시점은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7년이다. 이렇게 소극적인 자세로는 여론 눈치만 살피는 정치권을 연금개혁의 길로 끌어들일 수 없다. 시간표를 크게 앞당기면서 개혁 드라이브를 더 강하게 걸 필요가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개혁#민간자문위원회#빈손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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