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석유·가스 대량 매장 ‘7광구’, 손놓고 있다 日에 다 넘길 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4일 00시 00분


대규모 석유·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도 남쪽 ‘7광구’의 관할권이 이르면 2년 뒤 일본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광구를 포함한 한일 양국의 공동개발구역(JDZ) 협정은 시한을 3년 앞둔 2025년 6월부터 어느 쪽이든 종료를 통보할 수 있는데, 이때 일본이 종료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후 7광구의 90%는 유엔 국제해양법의 ‘200해리’ 등 규정에 따라 일본으로 귀속될 공산이 크다.

미국 정책연구소인 우드로윌슨센터 등에 따르면 7광구가 속한 동중국해는 최대 70억 t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돼 ‘아시아의 걸프만’으로 불리는 곳이다. 현재 유가로 환산하면 잠재적 가치가 9000조 원에 달한다는 계산까지 나와 있다. 일본은 1986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개발 중단을 선언했지만 탐사, 시추 기술이 발전해 온 것을 감안하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런데도 일본이 탐사는 물론 공동연구까지 일방적으로 중단한 채 손 놓고 있는 것은 협정 종료를 기다려 광구 개발을 독식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탐사 결과 실제 매장량이나 채산성이 예상보다 부족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대로 협정이 종료되면 한국은 시추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7광구를 사실상 통째로 일본에 빼앗기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에너지 빈국인 한국이 산유국의 꿈은 물론 미래 먹거리 개발의 시도조차 해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협정 만료 이후에는 중국까지 개입해 이 일대를 분쟁화할 가능성도 높다. 동중국해 유전을 노리고 7광구 인근에서 이미 유전 개발에 나선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또한 JDZ와 일부 겹친다. 해상 영유권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이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4월 전후 개최가 추진되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를 의제로 올려 협정 연장 등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미국과도 손잡아 한미일 3국의 공동 협력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한국의 공동개발 노력을 외면한 일본의 조약 위반을 문제 삼아 국제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다각도로 접근 가능한 모든 외교적 시도를 해봐야 할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7광구#일본#공동개발구역 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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