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연금 상근 기금운용위원에 하필 또 검사 출신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6일 00시 00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 전문위원으로 검사 출신 한석훈 변호사가 지난달 27일 선임됐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 운용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 기관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해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당연직 5인과 사업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등을 대표하는 위촉위원 14인 등 20인으로 구성된다. 이 중 상근 전문위원은 3명뿐이다.

상근 전문위원 3명은 각각 사업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단체가 추천하며 한 변호사는 사업자단체 추천으로 선임됐다. 기금운용위 산하에는 투자정책, 수탁자책임, 위험관리·성과보상을 관할하는 3개 전문위원회가 있고 상근 전문위원 3명이 번갈아가며 위원장을 맡는다. 그만큼 상근 전문위원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복지부는 “한 변호사가 법령상 자격 조건을 갖추고 있어 임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5년 이상 일한 법률가는 누구나 다 자격 조건을 갖추는 것이어서 그런 조건은 형식적이다. 한 변호사가 기금 운용과 관련해 얼마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가 문제다. 그는 사법연수원을 나온 지 5년 뒤 검사로 임용돼 부부장검사까지 지냈다. 검사 근무 중 성균관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07년 성균관대 교수로 옮겨 상법을 가르쳐 왔다. 상법을 가르쳤다고는 하나 펴낸 책이나 논문을 보면 기업범죄가 전문이다. 자산 운용과 관련된 연구나 실무 경력은 거의 없다. 교수 근무 중 국민의힘이 단골로 추천하는 인물이 돼 국가인권위 비상임 위원, 세월호 특검후보추천위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등을 지냈다.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은 ―8.22%로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해는 글로벌 금융시장 위축 탓으로 돌린다 하더라도 그 전에도 쭉 수익률은 좋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기금운용위의 전문성 부족이다. 기금운용위에서 그나마 전문성을 책임지는 상근 전문위원까지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선임돼서는 기금 운용 실적의 개선이 요원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예상보다 이른 기금 고갈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상근 전문위원#검사 출신#한석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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