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영원히 던질지도 모를 선수”라는 제목으로 구대성 전 질롱코리아 감독을 재조명했다.
54세의 구 전 감독은 지난달 19일 호주프로야구리그(ABL) 질롱코리아-애들레이드 경기에 ‘깜짝 등판’해 1이닝 동안 탈삼진 2개를 곁들여 무실점을 기록했다. 전성기의 볼 스피드는 아니었지만 애들레이드의 아들뻘 타자들을 연신 돌려 세웠다.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는 구 전 감독은 “처음부터 던지려고 한 건 아니었다. 원래는 시구하러 경기장을 찾았다. 그런데 질롱코리아 이병규 감독이 ‘괜찮으면 한번 던져 보라’고 해서 던지게 됐다”고 했다. 유니폼도 없어서 덩치가 비슷한 다른 선수의 유니폼을 빌려 입었다.
국내 프로야구 한화에서 뛰었던 구 전 감독은 한국 야구의 대표적인 왼손 투수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를 거쳐 MLB 뉴욕 메츠까지 진출했다. 국제대회에서는 ‘일본 킬러’로 유명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9회까지 혼자 155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승을 거뒀다.
그런데 제아무리 레전드라 해도 어떻게 50대 중반에 어린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구 전 감독이 꼽은 건강 비결은 소식(小食)과 바른 식생활이다. 그는 하루 두 끼를 먹는다. 아침은 야채와 요구르트, 견과류 등으로 간단하게 해결한다. 그리고 저녁을 조금 이른 오후 5시쯤 먹는다. 그는 “나이가 있다 보니 조금만 과식해도 금방 살이 찌더라. 그래서 식사 횟수를 줄이고 저녁을 일찍 먹는 쪽으로 바꿨다”고 했다.
그리고 자극적인 음식을 멀리하고 최대한 싱겁게 먹으려 한다.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근육이 젊을 때보다 빨리 빠진다. 근육을 지키려면 단백질 위주로 먹어야 한다. 좋은 음식을 싱겁게 적당히 먹으려 한다”고 말했다.
운동은 여전히 그의 생활이다. 호주 16세 이하 야구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는 그는 “어린 선수들을 잘 가르치려면 나부터 몸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1년 정도 전부터 피칭을 다시 시작했다. 연습 때는 시속 130km의 공을 던진다”고 했다.
달리기도 빼놓지 않는다.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달리기를 번갈아 한다. 구 전 감독은 “운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나만의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만큼은 반드시 지키려 한다. 달리기여도 좋고, 팔굽혀펴기도 좋다. 어떤 식으로든 운동하는 습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같은 50대를 살아가는 팬들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예전 50, 60대는 은퇴를 생각할 나이였지만 100세 시대인 지금은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나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건강해야 한다. 나도 던질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한번 해보겠다”고 말했다. 전성기 시절 ‘대성불패’로 불렸던 구 전 감독은 세월과의 싸움에서도 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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