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를 중심으로 의사 수급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의 의사 부족 문제가 지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지방의료원 35곳 중 24곳이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결원율은 18%로 정상적인 병원 운영을 위해 필요한 의사 5명 중 1명을 못 구하고 있는 셈이다.
젊은 의사를 구하지 못한 병원들은 정년을 훌쩍 넘긴 60대 후반이나 70대 의사들의 손까지 빌리고 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진료를 못 하는 병원들도 늘고 있다. 인천의료원은 신장내과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인공신장실 운영을 중단하고 투석 환자 80명을 돌려보냈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은 마취할 의사가 없어 한동안 수술실을 닫아야 했다. 급성 맹장염 환자까지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다는 것이다. 강원 속초의료원은 목∼일요일 주 4일만 응급실을 운영한다. 지역 주민들은 “월∼수요일은 한밤중에 아프면 안 되는 날”이라고 한다.
의사들이 수도권 병원에 비해 생활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의료원을 외면하는 현상이 고착되다 보니 의사 한 명이 두세 사람 몫을 떠맡게 되고, 있던 의사마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개별 의료원이 연봉을 4억 원 넘게 올려줘도 의사를 못 구하는 상황에 이른 만큼 정부가 제도적인 유인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국립대병원 교수 승진 심사 때 지방의료원 근무 경력에 가산점을 주거나, 수련병원 지정 의료원 수를 늘려 지방의료원의 수련의(인턴)와 전공의(레지던트) 공급을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의사 수를 늘리지 않고 의사 수급난을 해소할 길은 없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1월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의사면허취소법 등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자 의협이 반발해 참여를 중단한 상태다. 의료계 현안이란 하나같이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들이다. 환자를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삼은 만큼 의사들은 속히 회의체로 복귀해 만성 질환이 돼가는 의사 부족난의 해법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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