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투표 마지막 날까지 ‘용산 개입’ 논란으로 얼룩졌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이 김기현 당 대표 후보 홍보물 전파를 당원에게 요청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다. 안철수 황교안 후보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땅 투기, 대통령실 경선 개입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김 후보 사퇴를 촉구했고, 김 후보 측은 “전당대회 불복을 위한 명분 쌓기”라고 맞섰다. 안 후보 측은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그동안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포기, 안 후보에 대한 “국정운영 방해꾼” 경고 등 이미 수차례 ‘윤심’ 논란, 대통령실 선거 개입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실의 지나친 경선 개입은 정당 민주주의 원칙 훼손이란 비판도 나왔다. 그러더니 이번엔 대통령실 행정관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행동을 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진 것이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행정관은 “김기현 대표 뭐 이런 (대화)방이 하나 있는데, 콘텐츠 올라가 있으면 좀 봐주시고, 전파도 좀 해달라”고 한 당원에게 말했다. “전당대회도 별로 안 남고 그래서”라는 언급도 나온다. 구체적 시점은 나오지 않지만 전대 기간 중에 현직 행정관이 특정 후보의 홍보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국정 홍보 관련 내용을 설명했을 뿐이라고 한다”는 정도의 백브리핑 외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00% 당원 투표로 치러진 이번 전대는 역대 최고 당원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진행 과정은 국민 기대와 동떨어졌다. 윤심 논란으로 시작해 김 후보의 땅 투기 의혹과 막말 공방 등 이전투구로 치닫더니, 대통령실 선거 개입 논란으로 막을 내렸다. 보수 정당의 미래나 비전, 국가적 의제에 대한 담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심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그들만의 게임’이 돼 버린 탓도 크다.
오늘 전대에서 새 대표가 선출될지, 과반 미달로 결선투표까지 갈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누가 대표가 되든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집권세력이 자초한 일이다. 경기 침체 등 우울한 소식의 연속이다. 국민연금 등 민감한 개혁 과제도 산적해 있다. 오늘 전대가 친윤의 승리냐, 비윤의 승리냐를 넘어 집권당의 무거운 책임감을 되새기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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