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도의 열기 속 치솟는 화염과 매캐한 유독가스, 한 치 앞까지 가리는 시커먼 연기…. 언제 어디가 무너져 내릴지 알 수 없는 위험천만한 화재 현장으로 뛰어드는 이들이 소방 공무원이다. 남들은 필사적으로 탈출하는 아비규환 속을 정반대로 뚫고 들어간다. 소방관들은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인다”고 말한다. 생사를 오가는 다급한 상황에서 본인의 안전 여부는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6일 전북 김제의 주택 화재 현장에 출동한 성공일 소방교도 그랬다. “안에 할아버지가 있다”며 소매를 붙잡은 할머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임용된 지 이제 겨우 10개월. 30세 새내기 소방관은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4번의 도전 끝에 이룬 소방관의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화마에 스러져간 젊은이의 희생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아빠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내 생일 16일인 거 알지. 같이 맛난 거 먹게 알아서 예약 좀 해줘요”였다고 한다.
▷소방관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각오하고 살아야 하는 직업이다. 언제 출동 사이렌이 울릴지 몰라 야근조는 소방복을 입은 채 쪽잠을 잔다. 한 해 발생하는 화재 사건은 전국적으로 3만∼4만 건. 하루 평균 100건 정도의 화재가 발생한다. 지난해 경기 평택시 냉동물류창고 화재 사건에서는 소방관 3명이 순직했다. 한 해 평균 5명씩 순직하는 소방관 중에는 20대가 가장 많다. “살아와 줘서 고맙다”는 말은 물과 땀에 절어 돌아온 동료에게 전하는 서로의 인사이자 격려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의 임무는 화마 대응에 국한되지 않는다. 물에 빠진 피서객을 구하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하고, 높은 곳에서 구조 활동을 하다 추락사하고, 현장에 접근하다 배나 자동차가 뒤집혀 목숨을 잃기도 한다. 부상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10년간 보고된 크고 작은 부상은 7000건에 육박한다. 사지 마비나 3도 화상 같은 중증 부상을 극복하는 과정은 길고도 고통스럽다. 그래도 이들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킬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한다.
▷119종합상황실에 걸려오는 신고 전화는 지난해 1250만 건을 넘어섰다. 2.6초에 한 번씩 울려대는 전화 속에 어떤 위험 상황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다. 복잡해지는 대도시의 구조와 기후변화 등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신종 재해가 늘어나고 피해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더 위태로워진 사선(死線)을 앞에 두고도 소방관들은 묵묵히 방수화와 장비를 챙기고 있다.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만드는 살신성인의 실천자들이다. 아무리 예우를 다해도 충분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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