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지연, 품절 등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종종 듣게 되는 부정적인 소식이다. 이처럼 부정적인 정보가 전달되는 상황은 전하는 사람과 받아들이는 사람 모두에게 불편과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판매에 적용되기 시작해 인공지능이 가격 등 판매와 관련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에 대한 내용을 고객에게 직접 알리기도 한다. 사람이 소식을 전할 때와 인공지능이 소식을 전할 때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 차이가 있을까.
미국 켄터키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정보는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전할 때 더 효과적으로 수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당첨, 할인 등 긍정적인 정보는 사람이 전달하는 것이 유리했다.
연구진은 수차례 실험을 통해 판매 상황에서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주체가 사람인지, 인공지능인지에 따라 고객의 구매 의사, 선호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여자 174명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를 떠올리게 했고, 현재 이 가수의 콘서트 티켓이 매진돼 재판매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때 가격을 결정하고 판매하는 주체는 사람 또는 인공지능이었다. 또한 원래 140달러에 판매되던 티켓이 재판매 사이트에서도 140달러에 판매되는 상황 또는 원래 110달러에 판매되던 티켓이 재판매 사이트에서는 140달러에 판매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즉, 가격을 전달하는 주체가 사람인지, 인공지능인지와 참여자들이 전해 들은 티켓 가격이 기대와 비슷한지, 기대보다 부정적인지(비싼지)에 따라 참여자들은 각기 다른 4개 집단으로 배정됐다.
실험 결과 티켓 가격이 기대와 비슷한 경우, 즉 140달러로 고정됐을 때는 인공지능 또는 사람이 판매하는 티켓을 구매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참여자는 각각 56%, 64%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기대보다 나쁜 정보를 접했을 경우, 즉 티켓 가격이 30달러 오른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티켓 판매자일 때 참여자 49%가 구매 의사를 밝힌 반면에 사람일 때는 이 비율이 19%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부정적인 정보를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정보 제공자로서 인공지능을 더욱 선호했다.
연구진은 원래 티켓 가격이 170달러였는데 재판매 사이트에서는 140달러인, 기대보다 긍정적인 정보를 접하는 경우를 추가로 설정해 실험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이 판매할 때 구매 의사를 밝힌 참여자는 74%, 사람이 판매할 때는 89%로 나타났다. 앞선 실험과는 반대로 긍정적인 정보를 마주할 때는 사람이 판매하는 티켓을 더 선호한 것이다.
연구진은 사람과 인공지능이 부정적인 정보 또는 긍정적인 정보를 전할 때 그 반응에 차이가 나는 까닭으로 정보 수용자가 인식하는 정보 전달자의 의도를 주목했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이 정보 전달자가 얼마나 이기적인 혹은 자선적인 의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지 각각 3개 문항을 통해 측정했다. 분석 결과 참여자들은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부정적인 소식에 대해 덜 이기적인 의도를 갖고, 긍정적인 소식에 대해서는 덜 자선적인 의도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선의도 악의도 없는 인공지능의 기계적 특성이 부정적인 정보를 전달할 때는 유리하게, 긍정적인 정보를 전달할 때는 불리하게 적용된 것이다. 최근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도 많이 사용되는데 이처럼 의인화된 인공지능의 경우 인공지능의 중립적인 정보 전달 효과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기업은 고객에게 소식을 전달할 때 그 내용에 따라 다른 전달 방법을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일부 택시 호출 서비스의 경우 운영 중인 택시 수, 호출 수, 교통량 등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책정하기도 한다. 평소보다 높은 요금을 내야 하는 고객이라면 불만을 품을 수도 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가격을 책정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명시하면 소비자 불만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64호(2023년 3월 1일자)에 실린 글 ‘나쁜 소식은 AI가, 좋은 소식은 인간이 전해야’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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