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공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수도권에서 시행 중인 청년 대상 주거정책이 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각종 선거를 치르면서 정치권이 쏟아낸 정책들이 난립하고 있어서다. 이 중 상당수는 내용이 중복되고, 실효성도 떨어져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뭔지 청년들도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광역 지자체와 수도권 기초 지자체가 운영하는 청년 주거정책은 100여 개다. 청년층에게 공공 임대주택에 입주할 기회를 주는 정책이 5분의 1 정도로 가장 많고 주거비를 직접 지원하는 정책도 여럿이다. 중위소득의 80%인 월 166만2000원 이하를 버는 34세 이하의 수도권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적용 대상이 되는 주거정책이 20개가 넘는다.
문제는 운영 주체만 다를 뿐 비슷비슷한 정책이 다수고, 연령·소득 기준은 천차만별이어서 어떤 정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토부 청년 행복주택 사업은 지원 대상이 34세 이하,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은 39세 이하다. 지원 대상자 소득기준도 지원책에 따라 중위소득의 40%부터 150%까지 달라진다. 이사비 지원, 공인중개사 수수료 지원 같은 기초 지자체의 1회성 지원책은 주거 안정에 큰 보탬이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그런데도 빈발하는 전세사기 때문에 요즘 청년층의 관심이 높은 도심 임대주택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민간사업자가 주변보다 보증금, 임대료를 싸게 공급하는 서울의 역세권 청년주택은 작년에 1000채를 놓고 8만5300명의 청년이 지원해 80 대 1이 넘는 청약경쟁을 벌여야 했다. 높은 용적률로 인한 조망권 침해 등 주변 민원 등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만큼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일터에서 가깝고 생활여건이 좋은 주거를 청년층에게 제공하는 건 세계 최악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선결 과제다. 그만큼 청년들이 선호하는 실효성 높은 대책에 자원이 집중돼야 한다. 그동안 쌓인 생색내기용 정책들은 예산만 축내고, 청년들로부터도 외면을 받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새로운 청년 주거대책을 내놓을 때 불필요한 기존 제도부터 재검토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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