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과 함께 넷플릭스 드라마 ‘종말의 바보’에 출연한 배우 김영웅이 지난달 2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지난해 8월 촬영을 마친 ‘종말의 바보’는 올해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연배우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로 공개 시점은 오리무중이다. 지난달 경찰이 진행한 유아인의 소변 및 모발 검사에선 프로포폴, 대마, 코카인, 케타민 등 총 네 종류의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김영웅뿐 아니라 그와 함께 작품에 출연한 조연 배우들은 잇달아 SNS 등을 통해 절규했다. 유아인은 다작하는 주연급 배우로 유명하다. 올해 공개 예정인 그의 차기작은 총 3개. 그중 2개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신작 영화와 드라마로, 다음 달 글로벌 공개 예정이던 넷플릭스 영화 ‘승부’와 올 하반기 글로벌 공개를 계획한 넷플릭스 드라마 ‘종말의 바보’다. 특히 한국 바둑의 두 전설인 조훈현(이병헌)과 이창호(유아인)의 승부를 그린 영화 ‘승부’는 제작비만 무려 200억 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였다. 출연 기회가 적은 조연 배우들에겐 이들 작품은 기회였고, 희망이었다. ‘승부’에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 현봉식은 SNS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교차한다”고 고백했고, 함께 출연한 배우 문정희 등이 해당 글에 공감의 댓글을 남겼다. 유아인이 출연한 또 다른 신작 영화는 ‘하이파이브’. 영화 ‘과속스캔들’ ‘써니’를 만든 강형철 감독의 작품으로 올 6월 개봉할 예정이었다.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로 출연작들의 공개가 무산될 경우 유아인은 넷플릭스 등에 고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동료 및 스태프의 경우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마땅치 않다.
유아인을 비롯한 주연급 배우들은 작품 회차당 서민의 월급, 때에 따라 연봉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액의 출연료를 받는다. 그들의 출연료에 대해선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다. 그들의 연기로 다듬어진 작품의 완성도, 부가가치 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의 출연료에는 인기와 실력뿐 아니라 영향력을 지닌 공인(公人)으로서의 가치 역시 매겨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는 마약을 비롯해 음주운전, 성폭행 혐의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자숙하는 연예인들을 숱하게 봐왔다. 대다수는 어느 순간 슬그머니 복귀해 아무 일 없는 듯 활동했다. 반면, 작품 하나에 생계가 걸렸던 조연 배우나 스태프의 고통과 날아가버린 기회는 거의 조명받지 못했다.
“배우 유아인이라는 캐릭터는 관객이 만들어 낸 것이기에 좀 더 귀하게 보살펴 좋은 순간을 만들어 가고 싶다.”
지난해 8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아인이 한 말이다. 그가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전혀 모르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팬과 동료를 기만했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시대다. K스타들의 책임감과 윤리성도 그에 맞게 높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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