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경상수지가 45억2000만 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1980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경상수지 적자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보다 국내에서 빠져나간 돈이 더 많다는 뜻이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무겁게 다가온다. 나오는 경제지표마다 역대 최악을 가리키니 한국 경제가 ‘복합위기’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품수지 적자는 74억6000만 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였다. 반도체와 대중 수출의 동반 부진 여파가 컸다. 고질적 문제인 여행수지 적자로 서비스수지 적자 역시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해외여행 재개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여행수지 적자는 14억9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7배로 늘었다. 경상수지 적자는 원화 가치 하락, 물가 상승, 교역조건 악화 등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어 가볍게 볼 수 없다.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은 수출과 내수, 금리, 물가 등 어디를 들여다봐도 안심할 곳 하나 없는 상황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들어 한국 경제에 대해 ‘경기 둔화 가시화’에서 ‘경기 둔화 심화’로, 다시 ‘경기 부진’으로 매달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한국이 다른 주요국들보다 소비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업 부진으로 고용 증가세도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정부는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이른바 ‘상저하고’를 전망하지만 기대감의 근거는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통화 긴축이 끝나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빅스텝’을 예고하며 긴축의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로 내리면서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도 시들해졌다. 하반기로 예상되는 반도체 경기 회복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안이한 낙관론 대신 이번 기회에 한국 경제의 수익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 반도체를 이은 새로운 성장산업 육성, 수출 품목 및 시장 다변화 등 어느 하나 시급하지 않은 게 없다. 국민들도 긴장감을 갖고 에너지 절약, 국내 관광 활성화 등 위기 극복에 함께 동참해야 한다. 차차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핑계 삼아 당면한 위기를 당연시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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