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누군가가 너와 다른 생각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를 죽인다거나 미워해서야 되겠는가? 절대로 안 된다. 왜냐하면 수천억 개나 되는 수많은 은하들 중에서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중에서
종종 ‘무인도로 갈 때 가져가고 싶은 책은 어떤 것인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모르긴 몰라도 그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받아 드는 대답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일 것이다. 일단 무인도의 지루한 시간을 어느 정도 커버해 줄 정도의 분량을 자랑한다. ‘벽돌 책’이라서다. 하지만 더 주된 이유는 오래 곱씹어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기 때문 아닐까.
세이건은 1980년 방영된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서 해설자 역할을 맡으며 전 세계적인 스타 학자가 됐다.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담아 곧이어 출판한 동명의 책이 바로 ‘코스모스’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한 독서의 경험을 뛰어넘는 신비로운 체험을 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우주를 유영하듯 살짝 떠 있는 느낌이 든 것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바로 그 순간에는 유영을 끝내고 살포시 지구에 내려와 땅에 살짝 발을 딛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다. 이 책은 가히 ‘체험적 작품’이다.
서두의 문장은 ‘코스모스’의 핵심 메시지다. 세이건을 따라 우주를 돌아다니게 되면, 이 우주의 크기와 ‘계획’에 비해 인간은 정말 보잘것없고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인간만큼 특별한 존재도 없다’는 것이다. 둘 중 어떤 느낌에 더 집중하느냐와 관계없이 우리가 다다르는 결론은 이것 아닐까 한다. 지구 위에서 아웅다웅 싸우는 것들이란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는 서로 사랑하며 살기에도 모자란, 지극히 한정된 시간과 공간을 살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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