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어제 사무총장에 재선의 이철규 의원을 임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총괄보좌역이었던 친윤계 핵심이다. 전략기획부총장에는 윤석열 대선캠프 조직본부장을 지낸 박성민, 조직부총장에는 윤 당선인 대변인을 한 배현진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에는 윤 당선인 특별보좌역이었던 박수영 의원이 내정됐다.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친윤 일색인 데 이어 핵심 당직도 대부분 친윤 핵심들로 채워진 것이다.
당 사무총장은 당 조직과 자금을 관리하면서 총선 공천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핵심 당직이다. 전략기획·조직부총장은 선거 기획과 전국의 당협 관리 등 공천 관련 사무총장 업무를 보좌한다. 여의도연구원장은 공천 후보자의 우열을 가리는 공천 여론조사를 관장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친윤 핵심들이 맡은 당직은 대부분 공천과 직결된 요직이다. 당내에서 주요 당직에 친윤 핵심들이 전진 배치된 데 대해 각별히 민감해 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10일 정책의총에서 “질서 있는 다양성이 우리 당에 필요하다.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실제로 실천한 것”이라고 약속했다. 당직 인선을 통해 비주류까지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김 대표와 맞섰던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후보의 득표를 합치면 47.1%로 절반에 육박한 수치다. 깊어진 당내 갈등을 추스르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연포탕 인사가 절실했다. 김 대표는 화합 카드로 유승민 대선후보 측 강대식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했지만 구색 맞추기에 그친 느낌이다.
이번 전대에선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이 막판까지 뜨거운 쟁점이었다. 김 대표와 다른 경쟁 후보들은 친윤 대 비윤·반윤 구도로 갈라져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핵심 당직마저 친윤 일색으로 채워지면 여당은 윤심(尹心)에 사실상 포위됐다는 우려만 커질 뿐이다. 여당은 대통령실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더 폭넓게 민심을 수렴하고 전달하는 건강한 긴장관계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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