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여파로 산부인과가 줄줄이 폐업함에 따라 비수도권 지역의 분만 인프라가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분만실은 1176개로 2년간 152개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분만 취약 지역도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42%인 105곳으로 급증했다. 분만 취약지란 차로 1시간 내에 갈 수 있는 분만실이 없어 응급 대응이 어려운 곳을 말한다.
분만 취약지역 임신부들은 다른 지역 산부인과로 ‘원정검진’을 다니고, 출산일이 다가오면 친정집 근처 산부인과나 산후조리가 가능한 타 지역 산부인과로 ‘원정출산’ 길에 오른다. 강원도는 화천 인제 양구 등 5개 취약지역 임신부들의 원정출산을 돕기 위해 강원대병원 옆에 출산 3주 전부터 머물 수 있는 아파트를 마련했다. 충북도는 보은 옥천 괴산 등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는 지역에서 임신부 전용 구급차 6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 임신부들은 구급차를 타고 1시간 넘게 걸리는 타 지역 산부인과로 원정검진을 다닌다. 응급 상황에 대비해 구급차 안에는 분만키트도 준비해 놓았다고 한다.
원정검진과 원정출산을 경험한 ‘출산난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둘째를 낳는 건 상상도 못 하겠다”고 한다. 분만 수요가 줄면 산부인과가 폐업하고, 산부인과가 없어 출산율이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큰 것이다. 분만 취약지역 유산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전국 시도와 시군구의 출산 정책 예산이 1조809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27% 늘었는데 이 중 70%가 출산지원금 같은, 개인에게 직접 주는 예산이었다. 일시적인 현금성 지원보다는 분만과 육아 인프라에 투자해야 출산율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산부인과 폐업의 원인 중에는 의료 인력 부족도 있다. 분만의 특성상 의료진이 24시간 넘게 대기해야 하는 일이 잦은 데다 의료소송 위험이 커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분위기다. 의료진이 부족해 분만 시기를 정할 수 있는 제왕절개 분만만 하는 곳도 늘고 있다. 분만 취약지역 산부인과 지원을 늘리는 한편 과실이 없는데도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의료진의 우려를 해소할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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