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란 사람을 파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빌려주는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계발하여 스스로를 자본화하지 못한다면 어떤 프리 에이전트도 지금 임시직들이 겪고 있는 불안정, 무관심, 저임금, 무혜택의 어두움을 벗어나기 어렵다.”
2001년 6월, 당시 동아일보에서 활발하게 칼럼을 연재하던 작가 고 구본형은 다니엘 핑크의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를 소개하는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같은 해 동아일보는 ‘이 여름에 읽는 책 10권’을 선정하면서 그의 책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를 포함시켰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되어 4월 1일 그에게 긍정적 영향을 받았던 많은 이들이 모여 ‘다시 구본형’이라는 추모 행사를 연다. 2007년 나는 직장을 떠나던 해에 그가 진행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그와 함께 그의 책 ‘필살기’를 워크숍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었으나 암투병으로 마무리할 수 없었다. 10주기를 맞이하며 그의 글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20여 년 전 그가 책을 쓰며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현재 더 유효하다. 직장은 우리를 오래 고용하지 않거나 못한다. 세상은 이미 직장 소속 여부를 떠나 ‘스스로를 고용’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아직 어떻게 스스로를 고용해야 할지 혼돈 속에 있는 직장인들이 있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즉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동안 스스로를 고용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 핵심은 자기의 ‘필살기’를 만드는 것이다. 20년간 직장 생활을 한 구본형은 변화경영 프로그램 기획 업무를 좋아했고 부가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그는 이를 자신만의 필살기로 만들기로 하고 자신이 일하는 시간 중 절반을 여기에 투입했다.
절반의 시간을 회사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그 많은 회의와 잡무는 어떻게 하고? 의문이 생기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당시 구본형의 상황도 비슷했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의 20%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쏟기 힘들었다.
결국 그는 집에 와서 이 분야를 혼자 연구하는 시간을 지속적으로 가졌고, 그렇게 일에 쏟는 시간의 절반을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투자했다. 그렇게 전문성이 쌓이자 당시 그가 다니고 있던 IBM은 아태지역 경영 평가관으로 발탁했고, 이 경력은 그만의 필살기가 되어 직장을 나와서 하는 일에도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 자기의 전문성으로 ‘스스로를 고용’할 수 있었고 돈을 벌 수 있었다는 말이다.
구본형의 사례에서 우리는 스스로 고용할 수 있는 ‘필살기’ 개발법을 엿보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고, 부가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여기는 분야를 찾아서 집중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는 직장에서 독립한 후 자신의 하루는 22시간이라고 이야기했다. 매일 새벽 2시간씩은 자신이 연구한 것을 글로 써내는 작업으로 따로 떼어 두고 나머지 22시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인들에게도 하루의 8%에 해당하는 2시간씩을 반드시 자기가 원하는 전문성을 발전시키는 데에 쓰라고 조언했다.
그는 직장인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가감 없이 하기도 했다. 50대엔 늦으니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40대에 승부를 보라는 것이다. 2004년 11월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이 만약 기업 내부 홍보팀장이라면 외부에 홍보전문 회사를 만들어서 자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와 계약을 맺은 것처럼 생각하고 일하라고 했다. 그래야 자신의 전문성을 어떻게 개발하고 가치를 높일지를 직장에 있는 동안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쓴 책 제목들은 지금도 울림을 준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맞이하게 될 현실이다. 2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결별 시점이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 역시 어느 직장인이나 퇴직을 하고 맞이해야 하는 현실이다.
본 글의 시작에 인용한 동아일보 칼럼을 구본형은 가수 밥 딜런의 말을 인용하면서 맺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그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라네.”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것 중, 돈과 교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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