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내년에 착공해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전인 2029년 12월까지 개항하기로 했다. 개항 시점이 지난해 밝혔던 2035년에서 무려 5년 6개월이나 앞당겨졌다. 건설공법과 공항 배치, 사업 방식 등을 바꾸면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데 그래도 괜찮은 건지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지난해 4월 사전타당성조사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공항 배치 계획이다. 당시엔 완전 해상 매립 방식이었는데 이번엔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매립 지역을 최소화하고 육지와 해상에 걸쳐 짓겠다고 했다. 공기는 당초 9년 8개월에서 약 5년으로 줄였다. 9년 걸린 인천국제공항 1단계 사업 등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유례없는 속도전이라 할 만하다.
안전이 담보된다면 공사 계획 변경이나 공사 기간 단축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정부의 판단이 달라진 게 석연치 않다. 육·해상 매립 방식은 지난해엔 안전 문제로 채택되지 않은 안이다. 당시엔 지지력이 균일하지 않아 땅이 고르지 않게 가라앉는 부등침하를 우려했는데, 이번엔 20년 후 부등침하량이 국제 기준보다 적을 것으로 보여 문제가 없다고 한다. 보상 단계부터 실제 공사 과정에서 변수도 많을 텐데 공기를 절반으로 줄이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이번에 나온 신공항 건설 로드맵은 용역을 맡은 연구진조차 ‘도전적 과제’라고 했을 정도로 추진 일정이 빡빡하다. 엑스포 개최 전에 공항이 완공된다면 물론 좋겠지만 개항 일정을 정해놓고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하다 보면 자칫 부실공사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8월로 예정된 기본계획 수립과 이어질 설계 과정에서 무리수는 없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공항 건설의 최우선 과제는 안전이다. 13조700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신공항 사업의 본래 목적은 엑스포 유치가 아니라 ‘24시간 안전한 남부권 관문공항’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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