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윤석열’을 키운 것은 팔 할이 선거개입 의혹 수사였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다가 상부 외압을 폭로하며 ‘국민 검사’가 됐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 개입해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을 위반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 사건으로 징역 4년에 처해졌다.
당초 선거법 위반 사건은 공소시효가 6개월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2014년 2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됐거나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10년이 되도록 선거법이 개정됐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윤석열법’이란 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인 2018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련된 총선개입 의혹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과 공모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을 대거 당선시키려고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선거 및 경선 전략을 수립해 이를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반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직 대통령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였다.
1심 재판부는 2018년 7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며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헌법의 근본가치인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당의 자율성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라고 질타했고 2심에서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그러던 윤 대통령이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노골적으로 ‘친윤’ 후보를 지원 사격했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를 주저앉힌 것이나, 윤 대통령 자신이 안철수 의원이 사용한 ‘윤-안 연대’에 대해 “실체 없는 표현으로 이득 보려는 사람은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 등을 두고 나오는 평가다.
대통령실이 전당대회에 개입했다면 국회에 자기 편을 입성시켜 국정을 원만히 이끌겠다는, 이른바 ‘당정 일체’를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공천에 개입한 동기와 같다. 차이가 있다면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처럼 공천에 대놓고 개입하지 않기 위해 이심전심이 되는 당 대표 후보를 만들려 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전대 개입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은 “선거 개입이라면 공직선거법에 따른 것이어야 하는데, 지금 전대는 당 행사이지 선관위가 주관하는 선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 말대로 선거법은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의 경선 및 본선거에만 적용된다. 전당대회와 관련해 공무원이 선거에 관여할 수 없다는 조항은 정당법에도 없다.
하지만 대통령실 해명은 선관위가 주관하지 않는 초등학교 반장, 회장 선거 등 다른 선거에선 중립적이어야 할 공직자가 개입해도 된다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민주주의 선거에선 공정이 생명이고, 공직자에게는 선거 중립이 기대된다.
‘공정선거 지킴이’였던 윤 대통령이 법망을 피해 당내 선거에 개입한 것처럼 비치는 건 무척 아이러니하다. 이번 전대가 정당의 자율성과 후보자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했는지를 판단하는 건 결국 국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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