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양에서의 임기를 마치고 수도 개봉(開封)으로 귀환하는 시인을 위해 열린 전별연. 시인이 떠날 시기를 알리려고 할 즈음 갑자기 동석한 ‘고운 임’이 서럽게 울먹인다. 세파의 간난신고(艱難辛苦)를 두루 겪은 시인이 차분하게 상대를 다독인다. 이별의 아픔으로 응어리가 맺히는 건 인간이 천성적으로 다정다감해서라네. 무심한 저 청풍명월과는 하등 관련이 없지. 그래도 그 무심한 존재 때문에 우리의 이별 자리가 더 가슴 아리는 건 어쩔 수 없네. 어떻게 해야 우리가 사람과도 모란과도 또 낙양성 봄바람과도 여한 없이 이별할 수 있을까. 술도 새로운 이별가도 아니라면 이 봄날을 만끽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지. 모란을 실컷 즐기고 나면 쉬 봄바람을 떠나보낼 수 있듯이, 이 순간 우리의 정을 원 없이 나누는 게 최선의 방도가 아니겠는가.
‘고운 임’이라 불렀대서 꼭 술자리의 흥을 돋우는 꽃다운 미녀만은 아닐 테고 동료이거나 절친일 수도 있겠다. ‘이별가로 새 노래를 짓지 말라’거나 ‘낙양성 모란이나 실컷 즐기자’는 살가운 말투로 보면 그렇다. 외견상 7언 율시와 같아 보이지만 이 작품은 ‘옥루춘’이라는 곡조에 맞춰 가사를 메운 사(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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