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전쟁에 휘말린 한국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K칩스법’이 이달 중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 반도체 시설투자의 15%만큼 세금을 깎아주는 정부안에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해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0개월여 동안 극심한 여야 갈등으로 멈춰 섰던 국회가 모처럼 의견일치를 봤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그제 대기업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합의해 통과시켰다. 여야는 정부안에 더해 수소기술·미래형 이동수단 등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켜 동일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여야 합의로 처리한 만큼 22일 기재위 전체회의, 30일 본회의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20년간 300조 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에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한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K칩스법은 당초 6%였던 대기업 반도체 시설투자 공제율을 20%로 올리려던 여당, 10%를 주장하던 야당이 맞서던 중 어이없게도 세수 감소를 우려한 기획재정부의 8%안이 받아들여져 작년 말 국회에서 통과됐다. 시설·연구개발(R&D) 투자의 25%까지 세금을 깎아주는 미국, 대만에 비해 지원 수준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결국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고, “대기업 감세는 안 된다”던 민주당이 태도를 바꾸면서 법개정의 실마리가 풀렸다.
이번 양당 합의는 날 선 대치로 민생, 경제 법안들의 발목을 잡아온 국회의 분위기를 생산적 협치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민생분야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한 바 있다. 여세를 몰아 고물가·고금리와 장기화하는 경기침체 속에서 고통받는 서민, 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될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특히 작년 말로 일몰기한이 끝난 30인 미만 중소기업의 8시간 추가연장 근로제 후속 입법이 시급하다. 연장근로를 못 해 수입이 줄어든 근로자들이 “일할 기회를 왜 막느냐”며 아우성이다. 전기·가스요금 급등으로 한숨짓는 서민·영세상인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들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한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미납세금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등 전세사기 방지 입법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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