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사가 개발한 AI(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나오기 전까지 ‘바둑 신과의 치수’를 묻는 이 질문에 프로기사들의 답은 통상 “석 점이면 충분하다”였다. 여기서 치수란 상수와 하수의 실력 차이를 나타내는 돌의 개수를 의미하는데, 개수가 많을수록 실력 차가 크다는 뜻이다. 현재 프로기사들과 AI의 치수가 최소한 석 점은 되니, AI 바둑은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알파고가 프로기사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한 이후, AI 바둑은 발전을 거듭하여 인간과의 실력 차도 나날이 벌어졌다. 그런데 지난달 18일 미국 유력지 파이낸셜타임스는 놀라운 소식을 보도하였다. 아마추어 바둑기사인 한 미국인이 AI 바둑의 약점을 공략하여 최강의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인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압도적 승리를 하였다는 소식이다.
사실 AI 프로그램은 많은 허점을 갖고 있다. 필자는 AI 기술을 연구하며 홍고(HongGo)라는 바둑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2022년 11월 일본에서 개최된 UEC배 인공지능 바둑대회에 참가하여 본선에 진출한 바 있다.
1년간 AI를 연구하며 놀란 점은 수개월간 학습시킨 수준 높은 AI도 바둑을 갓 배운 초보자가 볼 수 있는 ‘축(逐)’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알파고 등 최강의 AI도 인간이 인위적으로 ‘축’ 상황을 알려줘서 인지하는 것이지 스스로 학습하여 깨우친 것이 아니다. 바둑의 ‘축’을 학습하는 능력면에서는 AI가 초등학생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챗GPT 등 대화형 AI가 대중에게 알려지며 신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AI의 발전에 따라 세계는 분명 무한경쟁시대로 한발 더 나아갈 것이다.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은 앞서 나갈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수 있다. 기술혁신에 따라 단순 반복 작업이 기계로 대체되는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AI 기술이 침투하는 속도는 산업별로 다를 수 있다. AI는 가끔 치명적인 오류를 도출하는데, AI를 생성하는 현재의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하에서는 오류의 원인을 파악하고 수정하는 것이 극히 어렵다. 이러한 약점으로 인해 AI는 일부 분야에서 훌륭한 참고자료는 될지언정 인간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데, 특히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 타인의 잘잘못을 판단하는 분야, 오류 발생 시 책임 소재가 중요한 분야 등에서 그러하다. 낮은 확률일지라도 치명적 실수를 반복하는 AI에게 자신의 생명과 운명을 맡길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반면 지금까지 인간의 고유영역이라고 믿어왔던 창의성이 요구되는 분야가 오히려 AI에 빠르게 잠식될 수 있다. 바둑만 보더라도 AI는 인간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는 대단히 창의적인 수를 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기술을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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