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 속에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59)이 24일과 28일 국내에서 콜롬비아와 우루과이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른다. 클린스만 감독의 국내 데뷔전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1990년대 독일 대표팀을 이끈 걸출한 스트라이커로 선수로서는 대단한 명성을 남겼지만 감독으론 엇갈린 평가를 받는다. 그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자 국내에서도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선수로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끈 그는 독일 대표팀 감독이 돼 독일을 자국에서 열린 2006년 월드컵 3위에 올려놓았다. 이어 2008년 독일 프로축구 명문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됐지만 2009년에 경질됐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미국 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2019년부터 독일 프로축구 헤르타 BSC 감독을 맡았으나 10주 만에 자진 사임했다.
그에 대한 비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뮌헨 감독 시절 데리고 있던 독일 스타 필리프 람(40)으로부터 나왔다. 선수들에게 전술 훈련은 거의 없이 체력 훈련만 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독일 대표팀과 미국 대표팀에서 각각 팀의 간판스타였던 올리버 칸과 랜던 도너번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일었다.
또한 헤르타에서 떠날 당시 구단과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임 뜻을 밝혀 축구계의 맹비난을 받았다. 구단과 사이가 벌어져 떠난 것이라지만 일방적인 결별 통보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전술적으로 부족하고 선수 및 주변과 불화한다는 이미지가 그에게 따라다닌 셈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 와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취임 일성으로 화끈한 공격 축구를 강조했다. “1-0보다는 4-3으로 이기는 것을 선호한다”는 데서 공격수 출신다운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감독으로서의 기질이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가 처음 독일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지나치게 공격적이어서 수비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또 당시 독일 감독을 맡고 있으면서도 가족이 있는 미국에 머물며 독일을 오가는 방식으로 대표팀을 지휘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표팀에 집중해야 할 감독으로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17년의 세월이 흐른 뒤 한국 대표팀을 맡은 뒤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한국 대표팀을 맡아 공격적인 전술을 펼칠 것을 암시했다. 또 자신은 한국에 머물지만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 등 코치진 대부분이 유럽에 머물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둘러싼 비판은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독일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4강까지 치고 올라가자 수그러들기는 했다. 한국에서의 논란도 물론 성과를 내기만 한다면 가라앉을 것이다. 대표팀의 지휘 방식이나 전술적 운용의 효율성은 결국 결과로 증명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이러한 요소들은 더욱 큰 비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는 감독 초창기를 제외하고는 오랜 시간 동안 침체를 겪어 왔다는 점과 특히 그를 둘러싸고 지적된 문제가 반복돼 왔다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솔직한 언변으로 과거 일들이 잘못됐다고 인정함으로써 개선의 기대를 품게 했다. 하지만 축구 감독은 말이 아니라 무엇보다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그를 둘러싸고 또다시 과거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점에서 우려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은 성과로 자신을 입증하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감독으로서 새로운 입지를 다지려는 그에게 오랜만에 현장으로 복귀한 한국 대표팀 감독직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아니면 더욱 깊은 추락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감독으로서 한창인 시기를 지나고 있는 그가 여기서 자신을 입증하지 못하면 입지는 확연히 좁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가 한국 대표팀에서 진정 거듭나 한국 대표팀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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