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2차 성징이 빨라져 초등학생 때 사춘기가 오는 경우가 많다. 사춘기가 오면 누구나 성에 대해 궁금해지고 이성 친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다. 부모 세대와 비교해보면 아이들이 일찍부터 이성에 관심을 갖는 편이다.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100일 기념 커플링을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고,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남친이 긴 머리를 좋아한다”는 표현을 쓴다.
부모들은 이런 아이들이 여러모로 좀 걱정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성 친구’가 꼭 필요할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론적으로만 말하자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이성 친구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성인처럼 이성 친구를 반드시 정해서 사귈 필요는 아직 없다.
물론 이성 친구에 대한 경험은 필요하다. 여기서의 경험은 다른 성을 가진 또래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배우고, 성이 다른 친구와 생각을 교환하는 것들을 말한다. 이런 것들은 나와 성이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하고, 토론하고, 교실 안에서 웃고 떠들면서도 충분히 충족된다. 사춘기 때 급격히 많아지는 성적인 충동도 나와 성이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보내는 시간으로 건강하게 다룰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많은 아이들이 이성 친구가 있다. 아이가 이성 친구를 사귈 때 가장 좋은 상황은 부모한테 솔직하게 얘기하고 상의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평소 아이에게 “네가 이성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네가 잘 자라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것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라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이성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취조하듯이 캐묻거나 아이의 일기장이나 카톡이나 SNS를 뒤지지 말고 “너 혹시 좋아하는 이성 친구 있니? 관심 가는 친구 있니?”라고 솔직히 물어봐야 한다.
아이들은 “없어. 엄마는 괜히…”라고 잡아떼기도 한다. 부모가 알면 일이 커질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공부에 방해된다고 못 만나게 하든가, 지나치게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이성 친구나 그 집에 전화를 하든가, 뭔가 사달이 날 것 같다. 우리나라 정서상, 이성 친구에 관한 일은 좀 부끄러워하는 면도 있다.
아이가 이성 친구가 없다고 하면 더 이상 다그치지 말고, “이성 친구는 있어도 되는 거야. 네 나이는 한창 그런 관심이 생길 때거든. 엄마 아빠하고 얘기하면 너에게도 도움이 되니까 생기면 얘기해라” 정도 얘기해둔다. 있다고 하면 언제 한번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도 해준다. 부모가 맛있는 것을 사준다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이가 이성 친구를 사귄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에둘러 말하지 말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해준다.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성적 충동이 최고로 높아져. 옛날부터 인류는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에 결혼을 해서 인구를 늘려 왔어. 지금 너희들이 딱 그런 시기야. 그래서 정말 조심해야 해. 단 한 번으로도 임신이 될 수가 있어. 하지만 지금은 아기를 낳고 가정을 꾸릴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 있잖아. 한창 학교에 다녀야 하기도 하고.
부모가 되면 누구나 자식을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고, 우는 아기도 달래야 해. 그래서 지금은 남자라면 여자 친구를 정말 좋아한다면 육체적으로 아끼고 보호해 줘야 하는 거야. 여자라면 그 어느 때보다 임신이 잘되는 시기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 그리고 남자나 여자나 자기도 모르게 성적 욕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 단둘이 있는 것은 피하는 게 좋아. 이성 친구는 만나도 되지만, 너희 안의 성적 욕구를 절대 우습게 봐선 안 돼. 이성 친구를 만나려면 패스트푸드점이나 공원처럼 확 트인 장소에서 만나도록 해. 어떤 상황에서도 엄마 아빠 전화는 꼭 받고.”
더불어 이런 말도 해준다. “지금 너희는 주변 사람들과 친근감을 형성해야 하는 나이야. 그게 잘되어야 이다음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도 할 수 있고 사회생활도 잘할 수 있어. 동성 친구든 이성 친구든 우리는 관계를 경험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게 되거든. 지금은 배우자를 고르는 시기가 아니야. 물론 지금의 이성 친구가 나중에 배우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너 자신을 이해하는 거야. 섣부른 행동으로 너나 상대에게 굉장히 미안하고 원망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마.” 중학교 2, 3학년만 돼도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게 더 도움이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