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00원으로는 붕어빵도 못 사 먹는다. 두세 개에 2000원, 네댓 개에 3000원 달라 하지 1000원어치는 팔지 않는다. 편의점에 가도 크림빵이 1200원, 흰 우유 1100원, 삼각김밥이 1500원이다.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건 껌 한 통, 로또 복권 한 장 정도다. 그래서 요즘 대학가에선 든든한 한 끼를 단돈 1000원에 먹을 수 있는 학식이 인기라고 한다.
▷매일 아침 전국 곳곳의 대학교 구내식당은 1000원에 아침을 해결하려는 학생들로 붐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천원의 아침밥’ 사진들을 보면 잡곡밥과 계란국에 돼지불고기 묵무침 콩나물 김치까지 집밥보다 낫다 싶다. 학생이 1000원을 내면 정부가 1000원을 보태고 나머지는 학교가 부담한다. 정부 보조 없이 교수와 직원들이 모은 장학금으로 1000원에 아침밥을 주는 대학도 있다. 밥 한 끼 먹으려고 긴 줄을 선 학생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다.
▷‘1000원의 행복’ 행정도 유행이다. 광주 서구는 양동시장에 고령자들이 시간제로 일하는 ‘천원 국시’집을 열었다. 노인 일자리 만들고 시장도 살려 보려는 시도다. 국수 한 그릇에 3000원이지만 시장에서 장을 본 사람들에겐 1000원만 받는다. 경북 영천시와 경주시는 교통이 불편한 지역 주민을 위해 ‘천원 행복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영천시 임산부는 출산 후 1년까지는 택시 요금이 1000원이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1000원에 감상할 수 있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천원의 행복’ 프로그램은 올해로 16년째를 맞았다.
▷1000원 행정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물가로 힘겨운 이들은 “생활 밀착형 행정”이라며 반긴다.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다 보니 1000걸음 걷고 퀴즈 풀 때마다 10원씩 포인트가 쌓이는 앱을 깔아 ‘앱테크’를 하고, 신규 발급 혜택을 노리고 수시로 새로운 카드를 신청하는 ‘카테크’를 하며, 개비당 10원을 주는 구청 담배꽁초 줍기 알바 뛰면서 끝 모를 불황을 견디고 있다. 10원도 아쉬운데 1000원은 오죽 크게 느껴질까.
▷“바람이 불 때는 그것이 곧 지나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라. 비가 올 때도 마찬가지다. 구름이 걷히면 곧 해가 나는 법이다.” 장석주 시인이 성인이 돼 독립하는 딸에게 쓴 편지 구절이다. 언젠가 찬 바람 지나고 비가 그치면 알게 될 게다. 가난한 나를 위해 많은 이들이 수고로움으로 따뜻한 아침밥을 짓고, 아름다운 공연으로 영혼의 허기를 달래 주었음을. 우리는 1000원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존재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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