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전 프로골퍼 홍란(37)만큼 이 말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2005년 프로에 데뷔해 4승을 거둔 홍란은 치열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그 누구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2021년까지 17년간 시드를 유지하며 358개 대회에 출전해 1047라운드를 소화했다. KLPGA투어에서 1000라운드를 넘긴 선수는 홍란이 유일하다.
홍란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서 원인을 찾았다. 20대의 홍란에게는 골프가 인생의 모든 것이었다. 시즌 때는 경기에 나가느라, 시즌이 끝난 뒤에는 훈련을 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20대 후반에서 30대로 접어들면서 마음을 바꿨다. 쉴 때는 골프채를 완전히 놓고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던 것. 홍란은 친구들과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다. 또 평소 해보고 싶던 일을 다양하게 경험했다. 휴식 일에는 수상스키와 레이크 보드를 즐겼다. 커피를 좋아하는 그는 겨울에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필드의 철인’이 된 홍란을 설명하기 부족하다. 그의 강철 체력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홍란 스스로는 “오히려 타고난 체력이 약한 편”이라고 했다.
12세 때 골프를 시작한 홍란은 프로 초반까지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10km씩을 뛰었다. “운동선수의 기본은 기초체력”이라는 부친 홍춘식 씨(66)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홍 씨도 항상 그의 곁에서 함께 10km를 뛰었다. 홍란은 “언제나 옆에서 뛰어주신 아버지가 더 대단한 것 같다”며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 온 체력 훈련이 긴 투어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투어 생활을 하면서는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인 몸 관리를 했다. 여느 선수들과 달랐던 점은 골프 연습보다 체력 훈련에 더 집중했다는 것. 그는 골프 연습에 하루 2∼3시간을 썼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엔 웨이트 트레이닝을 비롯한 체력 훈련을 했다. 틈나는 대로 스트레칭을 하고 기구를 들었다. 그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피트니스센터에 갔던 것 같다”고 했다.
‘4월의 신부’가 되는 홍란은 요즘 결혼 준비에 한창이다. 그는 4월 1일 서울 중구 크레스트72 글래스홀에서 벤처투자회사 대표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요즘엔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꾸준히 한다. 홍란이 일반인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운동은 스쾃이다. 그는 “선수 시절 대회를 다니면서도 숙소나 방에서 빠지지 않고 했던 게 스쾃이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완벽한 전신운동이다. TV를 보면서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일반 스쾃, 와이드 스쾃, 딥 스쾃 등을 번갈아 하면 지루함도 느끼지 않는다고.
스쾃은 주말 골퍼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홍란은 “처음 어드레스 자세를 끝까지 유지하는 게 스윙의 핵심이다. 그런데 많은 아마추어분들이 이를 지키지 못한다. 하체가 튼튼하지 않아서다. 스쾃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하체의 무게 중심을 단단히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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