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폭격기·항모 떠도 北 막가는 도발… 중-러의 졸개 자처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8일 00시 00분


북한이 어제 오전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의 한반도 전개 훈련에 맞춰 단거리탄도미사일 두 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핵항모 니미츠를 비롯한 미 해군 제11항모강습단은 어제 제주 남방 해역에서 우리 해군 구축함과 함께 연합 해상훈련을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연합 해상훈련 개시 약 30분 전이었다고 한다. 북한은 19일에도 미 전략폭격기 B-1B가 한반도 작전구역에 진입하기 25분 전에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해 ‘모의 핵탄두 공중 폭발’을 실험했다.

북한의 도발이 갈수록 대담해지는 것은 핵무기에 대한 광신적 자신감의 과시로 읽힌다. 미국의 막강한 확장억제 전력인 전략폭격기나 핵항모 같은 전략자산이 전개돼도 전혀 두려울 게 없다는 것이다. 북한 매체는 어제도 핵어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순항미사일 등 한미 연합 ‘자유의 방패(FS)’ 훈련 기간에 벌인 무력시위를 열거하며 “원쑤의 아성에 공포의 해일을 일으켰다”고 선전했다. 이런 대응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 대내외 위상을 과시하고 김정은 체제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나아가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불온한 핵 연대’에 끼기 위해 선봉대 역할을 자임하는 분위기다. 핵무기 최다 보유국인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세가 불리해지자 핵전쟁 위협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친러 국가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핵무기 증강에 나선 중국도 21일 중-러 정상회담에서 고속 중성자 원자로 협력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핵탄두 증산을 위한 플루토늄 대량 확보의 길을 열었다.

격화되는 신냉전 대결 기류를 틈타 북한은 중국 러시아의 묵인과 방조 아래 국제사회로부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해 왔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중-러의 비호에 보답이라도 하듯 요란한 폭죽을 쏘며 광대놀음을 하고 있다. 유럽과 동북아 두 개의 핵 협박 전선 중 한 축을 맡았다며 사실상 중-러의 졸개를 자처한 셈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공급망 위기에 허덕이는 두 나라가 북한의 무모한 핵 도박에도 마냥 김정은 정권을 감싸줄 리는 없다.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착각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북한#미사일 발사#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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