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초등교과서 ‘강제 징용’ 삭제… 정상회담 한 지 얼마 됐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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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최종안을 발표한 6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관계자가 출입하고 있다. 2023.3.6 뉴스1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최종안을 발표한 6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관계자가 출입하고 있다. 2023.3.6 뉴스1
내년부터 일본 초등학생이 사용하는 사회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로 징용했다는 표현이 삭제된다고 한다. 기존 교과서에는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로 끌려와 광산 등에서 노동을 강요받았다’고 기술했다. 그런데 새 교과서에는 ‘강제로’라는 표현이 빠지고 ‘끌려와’도 ‘참여해’ 정도로 바꾼다는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8일 이 같은 내용의 초등학교 3∼6학년 교과서 검정을 승인한다.

일본 정부가 또 한 번 과거사 문제에 퇴행적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뒤통수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정부는 최근 강제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제3자 대위변제 해법을 제시하면서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고자 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일본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대(對)한국 수출 규제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취하 등 후속 조치도 선제적으로 내놨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한 진정성 있는 호응을 하지 않고 있다. 또 화이트리스트 복원 등 우리 정부의 노력에 걸맞은 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2021년 각의에서 ‘강제 연행, 강제 노동 같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국회 답변서를 채택했고, 지난해에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강제 연행’을 ‘동원’으로 대체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은 최근 국회에서 강제 동원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를 묻는 질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더니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지 채 2주일도 안 돼 징용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쪽으로 초등학교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일 관계 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본 측에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강제 징용에 대한 직접적 사과 대신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만 언급했다. 과거사 왜곡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일본 정부가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일 때까지 한국 정부는 강력하게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일본#초등교과서#강제징용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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