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0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세계올림픽도시연합 연례회의에 참석해 2036년 올림픽 유치를 공식화했다. 당시 오 시장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나 “서울시민의 올림픽 유치 의지는 매우 뜨겁다”고 강조했고, 바흐 위원장은 “서울시는 준비된 도시란 인상을 받았다”고 답했다.
실제로 서울은 당장 올림픽을 유치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준비된 도시다. 도시의 위상은 1988년 올림픽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고,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을 치른 시설이 남아 있어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2036년은 손기정 선생(1912∼2002)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서울시는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저비용 고효율’ 올림픽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올림픽의 주무대가 될 잠실종합운동장은 2조1000억 원의 민자를 유치해 스포츠 시설과 마이스(MICE·국제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공간을 구축하는 사업이 이미 진행 중이다. 수만 명이 묵을 선수촌 역시 주변 아파트 재건축으로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림픽을 치른 도시마다 불거졌던 고비용 논란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런데 올림픽 유치는 출발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다. 먼저 정부와 재계가 미온적이다. 2030년 엑스포 부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 역시 “올림픽보단 엑스포가 먼저”란 반응이 많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엑스포 유치에 국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림픽 유치전에까지 뛰어든다면 엑스포 유치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서울시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오 시장이 지난해 올림픽 유치를 공식화하자 대통령실에선 “정부와 조율 없이 서울시가 독단적으로 추진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대통령실에 사전 보고하고 조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총회 기조연설에서 올림픽 유치 언급을 전혀 안 하면서 엇박자 우려는 더 커졌다. ANOC 총회는 국제스포츠계의 유엔 총회 같은 행사여서 올림픽 유치를 홍보할 절호의 기회다. 당시 대통령실은 올림픽 유치에 대해 “전혀 검토된 바 없는 내용”이라고 해 서울시와의 온도차를 여실히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부에도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일각에선 “부산이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 부산에서 올림픽을 개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36년 올림픽 개최 도시는 2년 후 결정되지만, 유치 경쟁은 이미 본격화됐다. 지난해 월드컵을 개최한 카타르와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이 이미 유치 의사를 표명했고, 독일 헝가리 러시아 영국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역대 가장 치열한 유치전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국가적 과업인 올림픽 유치는 온 국민이 힘을 모아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서울시가 적극 소통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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