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의 실제 숫자가 정부 통계의 2배가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건설이 끝났는데도 안 팔린 집이 많다는 소문이 날까 봐 사업자는 숫자를 줄여서 신고하고, 정부는 이를 그대로 취합하는 통계 방식 때문이다. 이렇게 부정확한 통계에 의존할 경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엉뚱한 길로 가거나,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017년 이후 준공된 전국의 3763개 아파트 단지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1월 말 현재 준공이 됐는데도 시행사·시공사·분양대행사가 계속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총 1만7523채였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7546채의 2.3배다. 이마저도 분양이 안 돼 신탁회사로 넘어간 4000여 채는 빠진 숫자다. 악성 미분양 아파트는 경기도의 경우 3500여 채로 정부 통계의 6배, 서울도 1800여 채로 5배나 됐다.
정부의 미분양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건 부동산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입주가 시작된 지 7개월 된 한 수도권 아파트 단지는 분양 안 된 100여 채를 시행사가 보유하고 있는데도 정부 통계에는 단 2채만 미분양으로 잡혔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사업자에게 아파트 판매 수수료를 받으려고 구매자에게는 미분양 정보를 알리지 않거나, 숨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는 거래도 잘 안 되는 아파트를 대출까지 받아 비싸게 사게 된다.
이런 일이 생기는 건 아파트 분양 결과 공개, 미분양 신고 등이 주택법에 따른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사업자의 자발적 신고에 의존해 관련 통계를 집계할 뿐 이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여러 차례 미분양 신고 의무화를 국토부에 요청하는 등 관련 제도의 정비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상응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로 낙인찍혀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사업자들이 반발하고 있어서다.
미분양이 실제보다 적게 집계된 통계를 근거로 정부가 주택 공급,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결정할 경우 판단을 그르칠 가능성이 커진다.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고 있는 부동산 사업자들이 줄도산할 경우 대출해준 금융권까지 타격을 받게 된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도 급등한 집값을 반영하지 못한 통계가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서둘러 미분양 아파트 부실 통계를 바로잡고, 투명하게 관련 정보를 공개해 아파트 구매자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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