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박영수 전 특검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4년 11월∼2015년 4월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재직 당시 김만배 씨의 부탁으로 대장동 컨소시엄 구성 등을 돕고, 200억 원 상당을 약속받은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마침 국회는 어제 ‘50억 클럽’ 특검안을 법사위에 상정했다. 특검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박 전 특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결과가 됐다.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박 전 특검 관련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에서 월 1500만 원의 고액 고문료를 받았고, 대장동 사업 초기 박 전 특검 계좌에서 5억 원이 화천대유 측으로 송금된 사실도 확인됐다. 딸은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화천대유가 딸에게 대여금 명목으로 11억 원을 지급한 사실도 있다. 박 전 특검의 인척도 화천대유가 시행을 맡은 대장동 아파트 분양 대행을 독점하는 등 사업에 관여했다.
이런 의혹들은 대장동 사건 초기부터 꼬리를 물며 제기돼 왔고, 2021년 10월 50억 클럽 명단이 공개됐다. 하지만 박 전 특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해 초 소환 조사 이후 진척이 없었다. 그러다가 국회에서 특검 도입을 본격 논의하는 시점이 돼서야 비로소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검찰은 “국회 일정과 상관없이 수사 타임 스케줄에 맞춰 진행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왜 1년 반 동안 미루다가 이제야 뒷북 압수수색에 나선 건지 의문이다.
다른 50억 클럽 대상자들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 관련 수사는 2021년 말 소환한 것이 마지막이다. 대장동 초기 김만배 씨와 대책을 논의하고 변호사를 소개해 준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 곽상도 전 의원은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김 씨에게서 50억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부실수사 비판이 비등했다. 검찰이나 특검이 수사한다고 해도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서 증거와 단서들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50억 클럽의 진상이 끝내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검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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