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메신저然하며 실세 군림 장제원
피감기관 직원 이석했다고 3분 넘게 고함
비서실장 출신인 자신의 오만한 언행이
대통령과 정권에 먹칠하는 일임을 모르나
며칠 전 ‘장제원 반말 고성’이라는 뉴스 제목을 인터넷에서 처음 접했을 때는 국회에서 다반사로 나오는 그냥 그런 뉴스의 일종이겠지 싶었다. 그러나 동영상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많았다.
누구나 흥분하면 순간적으로 고함이나 반말이 터져 나올 수는 있지만 장 의원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무려 3분 8초간 고함에 가까운 목소리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과장을 야단쳤다. 이유는 상임위 도중 무단으로 자리를 떴다는 것이었다. ‘고함’ ‘야단쳤다’ 등의 표현이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기엔 너무 점잖은 단어인지, 과장된 것인지 여부는 독자들이 영상을 보고 판단해주기 바란다.
전후 사정을 알아보니 22일 오후 행안위에 출석한 사무총장은 오후 5시부터 열리는 정개특위에도 출석해야 했다. 행안위원장인 장 의원도 호통치기 2시간 전쯤 “5시에 정개특위가 열립니다. 그래서 아마 사무총장님은 이석을 하셔야 되지요”라고 말했다.
선관위 사무총장이 4시 45분경 같은 회의실 내 문 옆의 대기석으로 옮겨 앉았는데 잠시 후 장 의원의 분노가 시작됐다.
물론 장 의원의 앞서 발언은 확인차원에서 물어본 것일 뿐, 때가 되면 자기가 이석을 지시하려 했는데 사무총장이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옮겨 분노했을 것이다.
사무총장은 앞서 위원장의 발언을 허락을 받은 걸로 여겼을 수 있지만 그래도 위원장에게 정식 허락을 구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그 정도 잘못이 3분 넘게 고함을 치고 삿대질을 할 사안일까.
필자가 놀란 두 번째 대목은, 현장에서 만류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고성이 너무 오래 이어지면 “그쯤 하면 알아들었을 것”이라며 말리는 게 당연하다. 현장에는 민주당 의원들도 여럿 있었다. 평소 그들이 그렇게 과묵하고 신중한 사람들이었던가.
필자가 놀란 세 번째 대목은 그 후 국민의힘 내부의 침묵이다. 여당 내에도 원로와 새로운 의원상(像)을 추구한다는 초선들이 다수 있는데,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심리 정신 전문가, 여당 내부 인사들을 접촉해 봤다.
김창윤 울산대 의대 명예교수(전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는 “외향적 감각형 유형인 사람들은 눈치와 적응력이 우수하지만 옳은 방향·가치관을 세우거나 자신을 성찰하고 조심하는 타입은 아니다”라며 “사람들은 자리가 올라가면 지위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감각형 사람들은 자신이 기대에 못 미치는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감정 통제에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국힘 내부 침묵에 대해 한 관계자는 “장 의원은 요즘 국힘 내부에서 원톱(one-top)으로 불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진의와 무관하게, 의원들은 장 의원을 ‘윤심 메신저’ ‘용산 브릿지’로 받아들인다.
‘장핵관’이라는 표현도 나돈다. 실제로 장 의원은 자신을 따르는 의원들과 단톡방을 공유하며 의견을 밝힌다. 예를 들어 ‘한동훈 차출론’이 불거진 다음날 새벽 단톡방에 장 의원이 차출론을 부각시키지 말라고 하면, 의원들이 방송에서 그런 방향으로 떠드는 식이다.
장 의원이 실제 실세든, 호가호위든, 그에 주눅 들어 한마디 못한다면 그건 정상적 정당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윤석열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장,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그의 행태가 대통령에게 미칠 피해다. 윗사람이 총애해주고 신임해주면 그 분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처신에 조심하는 게 사회생활의 기본이다. 그래서 링컨은 사람의 됨됨이를 알고 싶거든 권력을 줘 보라고 했다.
이제 국회에서 이런 고압적 행태를 추방해야 한다. 의원을 국민의 대표라 부를때 그 ‘대’자는 큰 대(大)가 아니라 대신할 대(代)다. 대리인에 불과하다. 국민은 나 대신 가서 정부 감시도 하고 내 의견도 전하라고 보냈을 뿐인데 피감기관을 불러다 반 죽이고 온갖 특권을 누리는 걸 낙으로 삼는다.
장 의원의 고함 하루 전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국회 수석전문위원에게 “보자 보자 하니까 웃기네 이거 진짜” 등 반말로 고함치며 책상을 내리친 걸 비롯해 여야, 다선 초선을 가리지 않는다. 장 의원이 3분 넘게 고함을 치는데 아무도 만류하지 않은 것도 자신들의 권력과 관련된 사안에는 한통속인 직업이기주의, 특권유지 욕구의 발로라고밖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강퍅한 이미지의 인물이 실세 행세하며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그가 속한 집단은 상당한 피해를 입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해찬 전 의원이다. 그의 공격적이고 오만한 언행들이 진보의 이미지를 얼마나 떨어뜨렸나.
좌우 구분 없이 강퍅한 사람들은 있다. 하지만 보수에선 더 용서가 안 되는 이유는 보수의 핵심은 품격과 겸손이기 때문이다. 좌파에선 막말하고 고함치고 뺨 때려도 싸움만 잘하면 칭송받지만 품격과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생명인 보수에겐 치명적 독극물이 된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노조 정상화 문제 등에서 옳은 방향을 위해선 당장의 불이익이나 불편함을 무릅쓰는 선 굵은 결단력을 보여줬다. 용인술과 주변 관리에서도 큰 그룻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입안의 혀처럼 굴신하는 이들의 자리를 바른 소리, 쓴소리 하는 사람들로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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