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반려동물에 비해 고양이를 향한 우리의 사랑은 유별난 측면이 있다. 고양이 주인들은 스스로를 ‘집사’로 낮춰 부르고, 고양이 관련 콘텐츠는 귀여운 얼굴과 엉뚱한 행동을 비추는 것만으로 수백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다. 반려묘를 기르는 인구도 급증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반려견은 2010년 약 461만 마리에서 2022년 544만 마리로 10여 년 사이 18%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반려묘는 약 63만 마리에서 254만 마리로 300% 이상 폭증했다. 세계적으로도 고양이의 반려 비율이 높아진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어떤 매력에 사람들은 고양이에 열광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그 생김새 때문이지 싶다. 인터넷에 떠도는 고양이 관련 밈 중 대표적인 문장은 “내 이름이 귀여워인가?”일 것이다. 고양이를 반려하는 보호자들이 ‘귀여워’를 연발하다 보니 고양이가 자기 이름을 귀여워로 착각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놀랍게도 근거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한 학자는 고양이가 ‘아기 해발인(baby releaser)’, 즉 신생아를 떠올리게 하는 생김새를 모두 갖고 있다고 했다. 작고 동그란 얼굴, 큰 눈, 넓은 이마, 조그마한 코, 통통한 볼을 보면 인간은 자연스럽게 모성애를 느끼고 심리적 안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실제 고양이가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여 혈압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09년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에 따르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중풍(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을 앓을 위험이 33%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변화상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의존적인 개에 비해 독립적인 고양이의 반려가 더 수월해졌다. 고양이도 외로움을 느끼지만 개와 달리 보호자와 함께 있는 시간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많은 보호자들이 “개는 어린아이를 기르는 것 같고 고양이는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것 같다”라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책을 정기적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도 있다. 고양이의 야생 본능을 채워주기 위해 산책을 데리고 나가는 보호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하지 못하면 불안을 느껴 이상행동을 보일 수 있다. 특히 산란기에는 예민해진 길고양이들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실내에 수직 공간, 숨는 공간, 개방 공간 등을 갖추면 충분히 야생 본능을 해소할 수 있기에 산책은 의무가 아니다. 이렇듯 조금만 신경 쓰면 감정적 교류를 나눌 수 있기에 많은 1인 가구들이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선택하고 있다.
이렇게 고양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마음을 훔칠 준비를 끝낸 것 같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묘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귀여운 고양이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고 해서 조금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고양이들은 더 큰 행복을 되돌려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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