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등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를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다고 속여 시음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필로폰(메스암페타민)과 엑스터시 성분이 확인됐다. 피의자들은 고교생이 음료수를 마시자 “구매 의향을 조사하는 데 필요하다”며 부모의 전화번호를 받아냈고 이후 부모에게 연락해 “우리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걸 신고하겠다”며 금품을 요구하는 등 협박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대치동 학원가에서 5건,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1건 등 모두 6건의 피해 사례를 접수했지만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피의자들이 2명씩 2개 조로 활동한 사실을 확인하고 추적에 나서 어제 자택에 머물고 있던 40대 여성 피의자를 체포했다. 20대 남성 피의자는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나머지 2명은 추적 중이다. 체포된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고액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인터넷 글을 보고 지원했다”며 “마약 성분이 든 음료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파악된 일당 4명 중 1명이 학부모에게 협박을 했는지, 다른 주범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경찰에 적발되는 미성년자 마약사범이 해가 갈수록 급속도로 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청소년 약물중독은 주로 본드나 부탄가스였는데 마약 복용이 드물지 않은 단계로 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여중생이 마약 투약을 하다 실신해 어머니가 신고하는 사건도 있었다. 서양 국가들처럼 교실까지 마약에 뚫리는 사태만큼은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마약 범죄자들이 한밤 유흥가도 아니고 날 저물기 전의 학원가와 역 근처를 누비고 다녔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청소년의 뇌는 성인에 비해 마약에 취약해 최대 7배나 더 손상될 수 있다. 마약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마약일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순진한 학생들을 속인 것으로도 모자라 부모들을 상대로 협박까지 자행했다. 중간에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을 ‘의식 없는 도구’로 활용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악질 중의 악질 범죄다. 배후의 지시자 등 관련된 범죄자를 모두 찾아내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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