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수영장에 다닌 지 수년이 됐다. 수영을 한 지는 10년이 훨씬 넘었다. 어릴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참 오래도 실력이 안 늘었다. 중급반에서 상급반으로 넘어갔다가도 이런저런 이유로 한두 달을 쉬고 나면 다시 중급반으로 돌아가야 했다. 참 내, 이렇게도 실력이 안 늘다니.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 물살을 헤치고 쭉쭉 나가는 쾌감(진짜 상급자들이 보면 한심한 속도일 수 있지만)이 불쑥불쑥 그립고, 무엇보다 수영만큼은 좀 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상급반에서 죽을 둥 살 둥하며 계속 노력하다 보니 이제 좀 뭔가 알 것 같은 기분. 인생에 적용해도 좋을 수영의 기술을 적어보면 이렇다.
1. “빨리 하면 빨리 지쳐요.” 어느 날 강사분이 한 얘기다. 맞는 말이었다. 가용한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기에 인간이다. 지금 욕심껏 내달리면 20분 후에 당연히 지치고 오늘 빠르면 내일 브레이크가 걸린다. 쇼트트랙이든 육상이든 초반에 씽씽 달린 선수가 끝내 1등으로 골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영도 인생도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2. ‘일정량 이상의 물리적 시간만이 답이다.’ 이건 내 생각이다. 수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힘 빼기다. 그래야 뜬다. 몸과 뇌는 하나라고 느끼는 것이 몸에 힘이 들어가면 뇌까지 덩달아 굳고 머릿속이 이런저런 걱정과 두려움으로 꽉 차 있으면 이내 몸도 경직된다. 몸에 힘을 빼는 데만 몇 해가 걸렸다. 이제야 좀 편안하다. 수영이든 인생이든 어떤 숙제는 시간의 총합만이 해결해 줄 수 있다.
3. ‘봐 둔 건 언젠가 도움이 된다.’ 돌핀킥, 잠영, 스컬링…. 상급반으로 가니 또 배울 것이 오만 가지다. 틈날 때마다 유튜브를 보는데 다음 날 당장 도움이 안 되다가도 물살을 헤치던 어느 순간, 반짝 하고 깨달음이 올 때가 있다. 조각가 문신이 “본 것은 어떻게든 밖으로 나온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4. ‘오늘이 끝이 아님을….’ 살다 보면 허용치를 넘어 나를 단련해야 할 때가 있지만 반대로 그 허용치를 넘지 않아야 오래 즐길 수 있는 것도 있다. 수영도 그렇다. 수업이 끝나고 다음 강습이 시작되기까지 5분여. 그 시간도 아까워 ‘오버’를 하며 연습을 했더니 오히려 자세가 흐트러지고 다음 날 나오기가 싫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그 뒤로는 오버하지 않고 미련 없이 수영장을 빠져나온다.
5. ‘내 몸은 내가 시키는 대로.’ 반환점을 반복해서 돌다 보면 심장이 아려 오고 그만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신기한 것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더 이상 못 나가고 포기. 어떻게든 해낸다는 투지도 필요 없고 그저 부정적인 생각만 안 해도 한두 바퀴쯤은 더 돌 수 있다. 인생도 수영도 생각한 대로. 둘 다, 잘 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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