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남성이 1순위 후보.’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20여 년간 물류센터를 운영해온 사장은 그동안 고교생과 대학생을 쓰던 파트타임 자리에 70대 노인을 쓰기로 했다. 젊은이보다 일 배우는 속도가 느려도 근무시간을 잘 지키고 성실하다는 이유였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나온 이 사례처럼 요즘 미국에선 50대 중반 이상의 시니어 직원을 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경제활동을 하는 65∼74세 연령군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각 주별로 5∼10%씩 증가했다. 다른 연령군이 감소하거나 정체인 것과 비교된다.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패스트푸드점은 물론 법률, 회계 등 전문직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고용주들의 시니어 고용에 대한 인식 변화는 일자리에 대한 젊은층의 가치관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다.
▷대표적인 가치관 변화가 ‘조용한 사직’ 현상이다. 코로나를 거치는 동안 “돈 받은 만큼만 일한다” “내 인생은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 등의 가치관이 젊은이들 사이에 확산됐다. 이는 지나치게 일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종종 일에 대한 의욕마저 상실케 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것이다. 지각, 조기퇴근이 잦고 몇 달 못 가 힘들다며 그만두거나 단돈 몇 달러에도 이직하는 경우가 생기면 고용주 입장에선 인력 운용이 쉽지 않다.
▷미국 고용주들이 시니어들을 눈여겨보는 것은 바로 근무 태도 때문이다. 출근시간 전 회사에 나오고 맡은 일을 끝내야 마음 편히 퇴근하는 시니어 세대의 직업윤리를 반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중요하냐는 미국 여론조사에서 65세 이상은 75%가 그렇다고 답했으나 18∼29세는 61%에 그쳤다. 연륜에서 묻어나는 노련함과 책임감으로 더 친절하고 끈기 있게 고객을 대응한다고 한다. 시니어를 고용함으로써 ‘나이 차별(ageism)’을 하지 않는다는 좋은 이미지도 만들 수 있다.
▷일에 대한 가치관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니 어느 세대의 것이 더 낫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연령만으로 일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 각 세대의 장점을 어떻게 취할지는 고용주의 몫이다. 국내에서도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시작되면서 고학력에 일할 체력과 의욕 등 3박자를 갖춘 ‘파워 시니어’가 등장하고 있다. 시니어 일자리는 정년 이후 부족한 수입을 보충하는 것이면서 ‘사회가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한다’는 자존감을 높이는 수단이다. 시니어들의 경험과 연륜을 일자리로 풀어낼 수 있다면 연금과 복지 재원 고갈 같은 고령화의 그늘을 없애기도 쉬워진다. 일에 대한 시니어들의 의욕을 잘 활용하면 사회의 생산성을 올리는 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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