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연출은 없다. 셔츠 하나를 입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노인의 모습만이 있다. 노인의 이름은 프랭크 왓킨슨(사진). 69세의 나이로 영국 헌팅던에서 살고 있다. 런던이나 맨체스터도 아니고 헌팅던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지역에 살고 있는 무명의 음악인을 알게 된 건 유튜브 덕분이었다.
팬데믹 시대에 왓킨슨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전부터 그는 노래를 부른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왔다. 처음 들은 그의 노래는 확실치 않다. 라디오헤드의 ‘No Surprise’나 아하의 ‘Take On Me’였던 것 같다. 처음 언급한 것처럼 특별한 거라곤 없었다. 배경은 그가 살고 있는 집의 거실. 카메라를 앞에 두고 어쿠스틱 기타를 튕기며 느리게 노래할 뿐이다. 특별한 건 그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그 자체였다. 그의 목소리 안에는 그가 살아온 세월이 담긴 것처럼 더께가 잔뜩 앉아 있었다. 늙은 목소리로 부르는 젊은 노래는 신선하고 감동적이었다.
왓킨슨이 부르는 노래는 그의 나이와는 맞지 않는다.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 데스 캡 포 큐티, 본 이베어 같은 그보단 더 젊은 세대가 선호할 만한 음악을 주로 부른다. 핑크 플로이드나 밥 딜런, 조니 캐시 같은 자신의 세대와 어울리는 노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가 한참 나이 든 뒤 들었을 음악이다. 린킨 파크나 슬립낫 같은 과격한 밴드 음악도 프랭크 왓킨슨 식으로 해석해 감성적으로 노래한다. 한국으로 치자면 칠순의 한 노인이 이소라, 새소년, 혁오, 선우정아의 노래를 부르고, 케이팝 그룹의 노래를 서정적으로 부르는 영상을 올리는 것이다.
그가 이런 젊은 노래를 하게 된 건 채널을 보는 시청자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그는 팬들의 요청을 받으면 잠깐의 연습 시간을 가진 뒤 영상을 올렸다. 이제 그는 50만 명이 넘는 구독자 수를 갖게 됐고 인기 있는 영상에는 1만 개가 훌쩍 넘는 댓글이 달린다.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노래가 주는 감동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은퇴한 이후 노래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단 한 번도 무대에 서 본 적이 없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한 적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에 있는 수십만 명이 그의 노래를 듣고 위로를 얻는다.
아무런 장치가 없는, 어쩌면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 그의 목소리와 기타는 역설적으로 부르는 이와 듣는 이 모두 노래 자체에 더 집중하게 한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래를 부르려면 그 노래를 믿어야 한다”는 인상적인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레너드 코언의 ‘Hallelujah’를 부르지만 노래의 의미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한다. 노래를 생각하는 이 마음은 곧 감동으로 연결된다. 그가 ‘Hallelujah’를 부르는 동안 뒤에선 고양이가 가만히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아름다운 일상이다. 아름다운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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