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민의힘 최고위원-중진 의원 연석회의에선 김기현 대표에 대한 중진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논란이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우려에서다. 한 중진은 “전 목사 손아귀에서 움직여지는 당은 안 된다”고 질타했다.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 통일했다”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선 “읍참마속 하라”는 주문도 나왔다. 연일 전 목사를 손절하라고 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김 대표는 “설전이 도를 넘었다”며 홍 시장을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전 목사를 둘러싼 신경전이 내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한국갤럽의 4월 1주 차 조사 결과 정권견제론은 50%에 달해 정권지원론보다 14%포인트나 높았다. 한 달 전 조사와 비교하면 정권지원론은 6%포인트 하락한 반면 정권견제론은 6%포인트 상승했다.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정부·여당을 향한 엄중한 경고음이 아닐 수 없다. 출범한 지 한 달을 갓 넘긴 김기현 대표 체제가 지지율을 올리는 컨벤션 효과를 누리기는커녕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셈이다. 여당 중진들이 쓴소리를 쏟아낸 배경이다.
전 목사는 최근 “(국민의힘은) 전광훈 목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앞서 자신을 비판한 당내 인사들을 향해 “공천 주지 마. 다 잘라버려” 운운했다. 자신이 국민의힘 위에 있는 상왕(上王)이나 다름없고, 공당을 수족처럼 부리겠다는 듯한 오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김 대표는 “터무니없는 궤변”이라며 “우리당 당원도 아닌 사람”이라고 반박했지만 몇 마디 말로만 그쳐선 안 될 것이다. 설화를 자초한 김 최고위원을 포함해 앞으로 전 목사 세력에 기대려는 당내 인사들에 대해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총선을 앞둔 공당이라면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혀가야 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이 전 목사처럼 극단적인 세력에 발목이 잡혀 휘둘릴 경우 중도층 민심의 엄중한 심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개딸’ 등 강경 지지층에 휘둘린다고 한 비판이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돼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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