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오전 평양 인근에서 중장거리급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고각으로 발사된 이 미사일은 고도 2000km 넘게 솟아 1000km 거리를 날았다. 정상적으로 발사했다면 미국의 괌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새로운 체계의 중거리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신형 고체연료 ICBM을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의 최대 명절이라는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이틀 앞둔 이번 도발이 고체연료 ICBM 시험으로 확인된다면 핵무장 체제의 완성을 위한 최종 관문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액체연료 ICBM은 이동과 연료 주입에 시간이 필요해 발사 징후가 사전에 포착되지만, 고체연료 ICBM은 배터리처럼 연료를 상시 장착해 즉각 발사하기 때문에 포착이 쉽지 않아 한층 위협적이다. 한미의 대북 ‘킬체인’(선제타격)은 사실상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전술 핵탄두 공개와 핵어뢰 수중 폭발시험에 이어 고체연료 ICBM까지 시험한 것은 미국을 향한 기습 핵타격 능력의 급진전을 과시하기 위한 무력시위일 것이다. 다만 이번엔 전체 3단의 고체연료 추진 ICBM을 시험하기 전 2단 추진체 시험을 했을 수 있는 만큼 추가 발사를 통해 다탄두 능력까지 갖춘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는 자연스럽게 한미 동맹 간 위협인식의 차이를 좁히면서 공동의 비상한 대응을 부를 것이다.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고체연료 미사일로 무장해 김정은의 명령 한마디면 언제 어디서든 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 더는 감시·정찰능력을 자랑하며 느긋하게 있을 수 없다. 특히 고체연료 ICBM은 미국에도 멀리 바다 건너 일이 아니라 당장 발등에 떨어질 불인 만큼 더 큰 경각심 아래 단호한 대응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한미는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대북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통한 무력시위만으로는 북한의 도발 충동을 꺾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한미가 공동으로 핵무기 운용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견고한 상시 억제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무모한 핵 도발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부를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도 제대로 먹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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