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낮 학교 주변 2시간 단속에 음주운전 55건… 참 한심한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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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고은초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경찰관들이 대낮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차량 내부 
공기를 빨아들여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비접촉 음주감지기를 활용해 단속을 진행했다. 이날 이곳에서 음주 단속에 적발된 차량은 
없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고은초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경찰관들이 대낮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차량 내부 공기를 빨아들여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비접촉 음주감지기를 활용해 단속을 진행했다. 이날 이곳에서 음주 단속에 적발된 차량은 없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경찰이 14일 낮 2시간 동안 전국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 인근 도로 431곳에서 음주단속을 실시해 55명을 적발했다. 이 중 13명은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0.08%) 기준을 넘는 만취 상태였다. 8일 낮 대전의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배승아 양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술을 마신 채 버젓이 운전대를 잡은 운전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이다.

올해 들어선 특히 주간 시간대(오전 6시∼오후 6시) 음주운전 사고 건수가 지난해보다 67%나 늘었다. 전체 음주운전 사고 중 주간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보다 2배가량 높아져 41.2%를 차지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긴장이 다소 풀린 만큼 ‘낮술 한두 잔쯤은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이 퍼진 게 아닌지 우려된다. 하지만 음주운전의 위험성에는 밤과 낮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운전 시야 확보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아이들은 낮시간에 보호자 없이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대낮 음주운전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술을 입에 대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는 데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시간과 운전 거리를 따질 일이 아니다. 술자리에 갈 때는 짧은 거리라도 차량을 가져가지 않아야 하고, 굳이 차를 타고 갔다면 대리운전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해야 한다. 본인이 그런 생각을 하면 술자리에 동석했던 친구나 동료들이 나서서 말려야 한다. 법 이전에 상식과 교양의 문제다. 그런데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고 학교 주변으로 차를 몰고 가는 것은 고의성 있는 범죄로 봐야 한다.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식마저 저버린 사람에게는 처벌 외에 달리 길이 없다. 최근 국회에는 음주운전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나 스쿨존에서 음주운전으로 사상자를 낸 가해자는 이름 나이 얼굴 등을 공개하자는 내용이다. 온라인에서는 음주운전에 살인죄를 적용하자는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피해자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음주운전에 관용은 사치다.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음주운전을 시도할 엄두조차 못 내게 될 것이다.
#학교 주변#음주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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