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엔 다뉴브강이 흐른다. 강가를 걷다 보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수교라는 세체니 다리가 보이고, 부다 왕궁 등 옛 궁이 모여 있는 ‘왕궁의 언덕’도 한눈에 들어온다. 부다페스트의 랜드마크이자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의회의사당)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헝가리 국회의사당도 강가에 있다.
어둠이 내리면 부다페스트는 전혀 다른 도시가 된다. 세체니 다리, 부다 왕궁, 국회의사당 등 랜드마크 건물들이 모두 화려한 조명으로 물든다. 전 세계에서 모인 여행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순간이다. 강가에 모인 여행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를 꺼내 든다. 특히 국회의사당 맞은편은 ‘인생샷’을 남기려는 여행객들로 종일 북적인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다뉴브강에서 즐기려는 여행객들은 유람선이나 크루즈를 타도 괜찮다. 다뉴브강의 폭은 350m에 불과하지만 관광용 선박뿐 아니라 화물선 등 각종 대형 선박이 운항한다. 독일 남부에서 발원해 흑해까지 2850㎞를 흐르는 다뉴브강이 헝가리 최고의 관광상품이자 ‘유럽의 젖줄’로 불리는 이유다.
서울시는 한강을 서해와 연결하는 ‘서해 뱃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그레이트 한강’의 핵심 과제다. 먼저 여의도에 1000t급 유람선이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을 만들고, 한강과 경인아라뱃길을 오가는 정기 노선을 연 150회 편성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운항을 시작한다.
5000t급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는 ‘서울항’도 2026년 여의도에 조성된다. 서울항이 생기면 한강에서 서해로 나가 제주도까지 가는 크루즈 관광이 가능하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2028년엔 세관·출입국·검역 기능을 갖춘 국제항으로 탈바꿈한다. 중국 관광객이 배를 타고 서울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강에서 배를 타고 뭘 감상할 수 있나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일단 도심 내부와 건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한강의 폭이 1㎞ 안팎이라 너무 넓기 때문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63빌딩 등 마천루, 멀찍이 보이는 남산타워와 한강 다리 정도를 제외하면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그리고 아파트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풍경을 감상해야 한다. 서울시민이 한 번은 한강 유람선을 타지만, 두 번 타기는 망설이는 이유다. 경인아라뱃길에서 자전거를 타본 사람들도 “즐길 풍경이 없어 자전거 페달만 열심히 돌리고 왔다”고 입을 모은다. 다뉴브강 국회의사당이나 템스강 웨스트민스터 궁전 같은 세계적 랜드마크도 한강에선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우려를 감안한 듯 서울시는 한강변 층수 제한(35층)을 폐지해 스카이라인을 다양화하고, 혁신 디자인 건축물에 파격적인 용적률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대관람차 ‘서울링’, 여의도 제2세종문화회관과 노들예술섬, 한강 곤돌라 등 각종 랜드마크 건립 계획도 속속 발표했다. 그러나 한강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한강과 어우러지는 콘텐츠를 조성하는 방안이 ‘그레이트 한강’에는 더 담겨야 한다. 서울시가 더 깊이 고민하고 분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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