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에 1대꼴로 적발된 우회전 車, 단속만으로 될까 [횡설수설/김재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5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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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없으면 그냥 우회전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그건 작년 얘기고, 올해 또 바뀌었잖아요.” ‘적색 신호 시 우회전 일시 정지’ 계도기간이 끝나고 단속이 시작된 22일부터 전국 도로 곳곳에서는 이 같은 실랑이가 이어진다. 24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사거리에서는 40분가량 이어진 경찰의 집중단속에 차량 20대가 적발됐다. 2분에 1대꼴로 걸린 것이다. 단속에 걸린 차량 때문에 교통마비 현상을 빚기도 했다. 위반하면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올해 1월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려는 운전자는 전방 차량 신호가 빨간불일 때 반드시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 이후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뒤 우회전해야 한다. 일시 정지는 차량 속도가 0이고, 바퀴가 완전히 지면에 멈춘 상태다. 몇 초를 머물러야 한다는 기준은 없고 경찰이 육안으로 판단한다. ‘잠깐이지만 멈췄다’ ‘아니, 바퀴가 굴렀다’는 다툼이 이어진다. 앞차가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출발했더라도 뒤따라가면 안 된다. 무조건 한 번은 멈춰야 단속을 피할 수 있다.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했다가 출발할 때, 우회전해서 다시 횡단보도를 만날 때에도 운전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건너는 중이거나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으면 멈추고 없으면 지나가도 된다는데, 건너려고 하는지는 어떻게 아느냐가 문제다. 횡단보도에 바짝 붙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은 건널 마음이 있는 걸까.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내는 저 사람은 건너려는 건가, 아니면 택시를 잡으려는 건가. 독심술이 필요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혼란을 키운 건 지난해 7월과 올해 1월 법이 연거푸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엔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돼 10월부터 단속에 들어갔다. ‘보행자가 보이면 우회전을 멈추세요’라는 주문에 그나마 익숙해질 만하니 올해 들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바뀌었다. ‘전방 적색 신호엔 무조건 멈추라’는 새로운 주문이 추가됐다. 신호등과 보행자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지다 보면 머리가 하얘진다는 운전자들이 많다. “헷갈리면 일단 멈춰라”가 그나마 답이다.

▷교차로 우회전 일시정지는 필요한 규제다. 전체 교통사고 보행 사상자 중 우회전 교통사고의 비율은 10.9%(2021년)로 높다. 그렇다곤 해도 이해하기도 지키기도 힘든 규정을 만들고, 단속으로 윽박지르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운전자의 의무만 강조할 게 아니라 메시지를 단순화하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 2분에 1명씩 법규 위반자가 나오는 상황이라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우회전#단속#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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