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등의 등장으로 2027년까지 기존 일자리의 23%가 구조적 변화를 겪는 등 글로벌 고용시장이 요동칠 것이라고 세계경제포럼(WEF)이 전망했다. 일자리 8300만 개가 사라지는 데 비해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6900만 개에 그쳐 1400만 개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 혁신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먼 미래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WEF가 45개국 80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작성한 ‘2023년 미래 직업 보고서’는 비서, 은행 창구 직원, 계산원, 매표원 등의 직업이 AI의 등장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다. 최근 IBM은 인사·총무 등 경영지원 직군의 30%를 AI로 대체할 수 있다며 채용 중단을 시사하기도 했다. 반면 빅데이터 분석, 정보보안 등의 분야에선 2027년까지 고용이 30% 증가할 것으로 WEF는 예상했다. 위협과 가능성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미래를 제대로 준비해야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AI발 일자리 태풍이 현실로 다가왔지만 한국은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도태 산업에서 성장 산업으로 사람과 돈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노동시장은 지나치게 경직적이다. 해고와 재취업이 어렵고, 근로시간과 근무 형태가 획일적이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내걸었지만 첫 단추인 근로시간 개편조차 아직 끼우지 못했다. 낡은 교육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은 구직난을 호소하는데 정작 기업들은 신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찾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AI로 대표되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 적응하지 못하면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회는 최대화할 수 있도록 노동과 교육 시스템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업들이 신산업 시장에서 마음껏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AI로 일자리를 위협받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안전망과 재교육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태풍이 다가오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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