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발언 진위 논란까지 번지며 혼란에 휩싸인 국민의힘이 어제 예정됐던 정례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했다. 김기현 대표의 외부행사 참석을 이유로 들었지만 “논란이 된 최고위원들이 참석하는 최고위를 열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게 당내 분위기다. 징계 심사를 앞둔 태영호 김재원 최고위원의 언론 노출에 따른 리스크를 막기 위해 아예 회의를 열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앞서 당 윤리위에 태 의원의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 “김구 선생은 김일성 전략에 당한 것” 등 발언에 더해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 얘기가 등장하는 음성 녹취 논란도 병합 심사할 것을 지시했다. 태 최고위원 녹취록에 따르면 이 수석은 공천을 언급하며 한일 관계에 대해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온다. 파문이 확산되자 태 최고위원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병합 심사 지시는 공천 관련 발언을 ‘허위 사실’로 징계해 ‘이 수석 책임론’ 등 논란이 대통령실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은 “5·18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진영 천하통일” “제주 4·3사건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 발언에 대해 징계 심사를 받는다. 특히 우파 통일 발언은 전 목사 ‘손절’ 논란으로 이어졌고, 이에 전 목사가 “대통령 방미 기간 중 ‘민노총 세력을 막아 달라’는 대통령실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이 주장의 진위를 놓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여당뿐 아니라 대통령실 일부 인사들까지 전 목사와 얽혀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리위는 8일경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고 한다. 당내에선 “내년 총선 출마가 불가능한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 결정이 나와야 한다” “최고위원직을 자진사퇴해야 한다” 등 목소리가 무성하다. 김기현호가 출범 두 달도 안 돼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 ‘유고’ 상황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 1주년을 맞는 여당이 산적한 민생 현안 해결은커녕 지리멸렬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이 모든 게 집권 여당의 위상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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