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게임을 영화화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평이 꽤나 극단으로 갈리는 작품이다. 대표적인 해외 비평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전문가 지수가 59%에 불과하다. 다수 국내외 비평가들은 단순한 전개와 빈약한 스토리를 흠으로 봤다. 원작 게임 시리즈를 오마주하려는 의도가 영화에 꼭 필요한 스토리 구성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인공 마리오가 거대 고릴라 동키콩과 철근 구조물 위에서 결투하는 건 별다른 이유가 없다. 1981년 게임 ‘동키콩’에서 훗날 마리오로 이름 붙여질 주인공 점프맨과 악당 콩의 대결을 오마주한 것이다.
주인공 마리오가 악당 쿠파를 물리치기 위해 동료를 모으는 과정도 그저 다행스러운 우연의 연속이다. 안 그래도 마침 쿠파와 싸우려던 참이었던 피치 공주와 버섯 왕국이 마리오 편에 선다. 영화 부제를 짓는다면 ‘마리오는 복도 많지’라고 지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관객들이 이러한 설정 허점과 서사의 빈틈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로튼 토마토 관람객 지수는 96%에 달한다. 혹평에도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고 수익을 올리며 흥행 중이다. 게임 원작 팬은 다양한 오마주 요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원작 게임 팬이 아니더라도 이미 여러 다른 게임의 형식과 문법을 경험한 어린 관객들은 장애물과 제약을 딛고 목표에 도달하려는 게임 관점을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그동안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게임이라는 마이너한 장르 논리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 관객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어려운 설정을 덜어내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계관만을 취하곤 했다. 스크린 관객들도 게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영화적 해석을 덧입혀 전압을 변환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변환 과정에서 해석이 과하거나 미흡할 경우 졸작이 만들어지곤 했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1993년작 실사판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그런 작품이었다. 악당 쿠파가 거북이 괴물이 아닌 인간이라는 설정으로 바꿨는데 원작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주인공이 막바지에서야 갑자기 빨간 옷을 입는 설정엔 무리수라는 평가가 따랐다. 돌연한 전개가 설득력만 떨어뜨렸다.
2023년작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게임 속 스토리와 세계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한다. 원작 세계관을 크게 비틀거나 가공하지 않는다. 영화 문법을 따르기보다는 원작 마리오 게임의 특징인 직관성을 부각한다. 원작 슈퍼 마리오는 벽돌을 밟고 뛰고 깃발이 있는 곳까지 달려가는 것을 목표로 한 직관적인 게임이다. 구조물 배치를 파악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스테이지를 격파한다. 스토리는 상대적으로 부차적이다.
악당을 물리치기 위한 모험이라는 원작 게임의 단순한 스토리와 단선적 진행이 고스란히 영화의 특징으로 반영된다. 이젠 과감히 영화적 틀에 맞지 않는 게임 원작 요소를 관객에게 ‘그냥 받아들여라’고 할 정도로 게임의 장르적 문법이 오늘날 보편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임이란 사전 합의된 규칙 안에서 장애물을 돌파하는 과정에서의 창의성과 효율성만을 따진다. 왜 그런 세계인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들은 이해한다. 게임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유튜브 세대는 게임적 직관성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애초에 제작자도 직관성을 영화의 특징으로 여긴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슈퍼 마리오의 아버지’ 게임 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상황을 설명하는 대사를 많이 줄였다”고 했다. 주인공의 배경 설정보다 주인공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능력을 중시하고 도달해야 할 목표까지 장애물을 어떻게 배치하는지를 좀 더 고심하는 게임 개발자적 접근법에 더 가까워 보인다.
친숙한 우리 편 마리오 형제를 기반으로 한 지식재산권(IP) 팬덤 비즈니스 구조 위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직진할 수 있는 시대, 영화가 게임을 해석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 게임의 논리가 영화 문법을 압도한다. 내가 속한 팬덤이 장애물을 어떻게 돌파해서 목표에 도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개연성은 덜 중시된다. 그래도 어색하지 않아졌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팬덤과 게임 논리 아래서 스토리의 세부를 따지는 건 머쓱하게 여겨진다. 온 세상이 점점 게임 닮아가고, 마리오는 사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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