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다. 검사 출신으로 충분한 정치 경험 없이 당선된 윤 대통령은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으며 취임했다. 대선에서 48.56%를 득표했던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1년이 지났지만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 정부의 국정운영이 아직까지 국민들 기대에 못 미치고, 일부는 지지를 유보 또는 철회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윤 정부는 국민들에게 문재인 정부가 무너뜨린 공정과 상식을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출범했다. 취임사에선 반(反)지성주의가 초래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거론하면서 ‘자유’의 가치를 역설했다. 어느덧 윤 정부가 그에 걸맞은 국정운영을 해왔는지 ‘1년 성적표’를 냉철하게 따져볼 시점이 온 것이다.
공정과 상식의 시금석은 새 정부 조각(組閣)을 포함한 인사였다. 장관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검찰 출신의 요직 배치 등으로 야권을 중심으로 ‘인사 참사’ ‘검찰 공화국’ 등의 비판을 자초했다. 지난 정부의 잘못이나 국정 실패를 바로잡겠다는 의욕이 앞선 때문인 듯 거대 야당이 국회 권력을 쥔 정치 지형인데도 통합과 협치, 설득의 지혜를 발휘하기보다는 이념과 가치의 선명성을 내세운 개혁 주도권 확보에만 매달렸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국정 동력에도 영향을 줬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은 인기가 없어도 반드시 해내겠다고 밝혔지만 이행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연금 개혁의 첫걸음을 떼기 위한 국회 차원의 논의는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노동 개혁은 건설 현장의 노조 불법행위 엄단, 노조 회계 공개 요구 등으로 일단 시동을 걸었으나 노동시간 유연화 등 제도 개혁은 ‘주 69시간’ 프레임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다. 교육 개혁은 아예 밑그림조차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2055년이면 바닥나는 국민연금 등 연금 개혁은 미룰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만 커질 뿐이다. 노동 방식·임금제도 개혁을 통한 생산성 제고 없인 우리 경제가 저출산·고령화가 초래할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청년들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창의적 인재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제도 개혁과 대학에 대한 투자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3대 개혁은 대통령의 한마디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직역별·세대별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민감하고 지난한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정부는 이념보다 실용을, 일방통행보다 소통을 앞세우는 유연한 정책 행보로 국정 스타일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1주년을 맞아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 야당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하는 소통과 협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주춤한 3대 개혁의 시동을 제대로 걸기 위해선 국정·인사 쇄신의 고삐를 다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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