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투자 귀재도 확답 못 하는 은행 위기 향방
확실한 건 “이익 줄 것”… 韓도 빙하기 대비해야
1일 미국 시간 오전 3시 40분.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운명을 담은 ‘판결문’을 공개한 시점이다. 올 들어 주가가 97%, 한 주 동안 75% 폭락한 이 은행이 회생 불가능하다고 보고 일단 자산을 압류하고 폐쇄한 다음 JP모건에서 인수한다는 내용이었다. 파산과 동시에 매각인 셈이다.
새벽까지 어떻게든 혼란을 줄여보려는 당국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실리콘밸리은행(SVB)처럼 폐쇄하고 새 은행에 인수되기까지 시간(17일)이 길어지면 공포가 전염될까 우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은 투자자와 예금주, 은행, 당국의 숨바꼭질 같았다. SVB, 퍼스트리퍼블릭과 공통점이라고는 고향이 캘리포니아일 뿐인 지역 은행 팩웨스트 주가가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에 절반씩 떨어지던 이 은행 주가는 결국 지난 금요일 은행 측이 재정 건전성 수치 등을 공개하자 하루 동안 80% 이상 올랐다. 은행 주가가 변동률이 하루에 ―50%에서 80%를 오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지금 미국 은행 위기가 그렇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터지고 있다. SVB나 퍼스트리퍼블릭이나 모두 부실 관리가 1차 원인이지만 정확한 이유 없이 전체 은행 주주들이 줄줄이 영향을 받으며 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은행이 어디 여기 한 곳이겠는가’, ‘대출에 의존해 온 상업부동산은 어쩌란 말인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4개월 동안 10여 차례 총 5%포인트를 급격하게 올린 것에 대한 부작용이 불현듯 나올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더욱 공포를 키우고 있다.
지난 주말 수만 명이 ‘현인’의 지혜를 듣기 위해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로 향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92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99세 찰리 멍거 부회장의 지혜를 듣기 위해서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는 기업 실적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사회에 대한 버핏 회장의 식견을 듣는 자리다. 어김없이 은행 위기가 질문으로 나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90대 투자의 귀재들은 농담 삼아 ‘매각 가능’, ‘만기까지 보유’ 플래카드를 꺼내 보였다. 은행들이 금리 인상기 헐값이 되어버린 채권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인수자를 찾아다니는 것과 만기까지 보유하지 못해 결국 손실이 실현되는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하지만 현인들마저도 은행 위기가 시스템 위기로 번질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못했다.
“그러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그럴 수도 있다. 불이 붙은 성냥은 타다 말지, 집을 태워버릴지는 모른다.”
한 치 앞이 안 보일 때 사람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게 된다. 은행들은 신용을 거둬들일 것이고 유동성이 줄어든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다. 그래서 버핏 회장은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했다. 좋은 시절은 갔고,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버크셔의 이익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멍거 부회장은 “적게 버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위축되고 있고, 경제 재개장으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줄 알았던 중국 경제는 기업들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미국 기업들도 중국의 회복이 이렇게 더딜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안타깝게도 미중은 한국 주요 수출국이다. 적게 버는 것에 익숙해야 하는 빙하기를 어떻게 넘겨야 할지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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